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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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3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한·일 경제전쟁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산업, 그 중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동분서주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일본을 방문해 일본 대형은행 관계자 등을 만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일본 주요 소재 공급사들에게 “앞으로도 안정적인 공급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편지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일본과 대만에 최고 경영진이 총 출동해 불화수소 등 반도체 생산 주요 소재의 재고확보에 나섰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을 방문한 가운데 조달 담당 주요 임원들은 대만으로 발걸음을 옮겨 주요 소재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에서 주로 대형은행 관계자들과 만났지만 필요하면 거래처 반도체 관련 기업임원들과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불화수소, 레지스트 등 이번에 수출규제가 강화된 3대 소재 외에도 각종 제품을 취급하는 일본 소재업체들에게도 “앞으로도 안정적인 공급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삼성 측의 편지를 받은 한 일본 화학 대기업 간부는 “한·일 관계 악화로 삼성이 전례 없는 위기감을 드러냈다”고 평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퀄컴, IBM 등 주요 고객사에도 “납품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영향은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감광제인 레지스트 취급업체인 JSR은 “기존에 원칙적으로 3년간 수출 심사가 불필요했던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뀌면서 신청 서류수가 크게 늘었고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도쿄오카공업도 “수출신청에 미비한 점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각종 (증빙)서류를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수출한 레지스트가 한국 이외 지역에서 부정하게 다시 판매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는 서약서를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로부터 받아올 것을 일본 정부가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업체들 뿐 아니라 바이오(옛 소니의 PC사업부)나 샤프 등 일본에 생산시설이 있는 범일본계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부품 조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고 있지만 한국 보다 상대적으로 대체조달의 폭이 넓어 체감하는 위기감이 다른 모습입니다.

한·일 간 정치·외교 문제의 불똥이 고스란히 한국 기업들에게로 튄 모습입니다. 일본의 모든 전자업체를 압도하고, 일본 증시에 상장됐어도 시가총액 1위가 됐을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도 ‘목줄’을 일본에 잡힌 채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양국 간 경제대립이 장기화되면 승자 없는 게임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하루빨리 두 나라간 긴장을 해소할 해법을 찾아 기업들이 애먼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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