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던 미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포함) 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올 들어 SUV 판매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美 SUV 너무 달렸나…시장 포화 조짐
리서치업체 LMC오토모티브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13.2% 증가)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됐다. 에드먼드닷컴 조사를 보면 SUV 출고 후 판매까지 걸리는 기간이 2015년 51일, 지난해 63일에서 올해 5월엔 71일로 늘어났다. 이는 세단의 79일과 맞먹는 수준이다.

자동차 딜러숍의 SUV 재고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재고량은 179만7000대로 2015년 1월(100만1000대)보다 79% 증가했다.

자동차 업체들도 SUV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SUV 모델은 2014년 70개에서 올해 96개로 늘었다. 2023년에는 149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존 머피 BoA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자동차 업체들이 오랫동안 SUV에서 누려온 고수익이 향후 3년 내 줄어들어 결국 세단의 저수익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는 SUV 판매단가가 세단보다 월등히 높다. 5월 중형 SUV 평균 판매가격은 3만7790달러로 중형 세단보다 거의 1만2000달러나 높았다. 자동차 업체가 SUV를 선호하는 배경이다.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에 나오는 신차의 47%가량이 SUV다. 세단과 해치백 판매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SUV 판매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SUV 판매 경쟁이 계속 치열해지면 조만간 ‘SUV 호황’이 끝날 수 있다는 게 BoA의 경고다.

소비자들로선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WSJ는 SUV 시장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선 더 많은 차량과 더 좋은 딜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