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선 이후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과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언론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5일 아사히신문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 규제를 한 사례를 들면서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탈(脫)일본화를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당시 희토류 수출 규제는 스마트폰, 에너지 절전형 가전, 차세대 자동차 등 일본의 첨단기술 제품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희토류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혼다자동차는 희토류 조달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의 모터 기술을 확보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2월 희토류 네오디뮴 사용량을 최대 50% 줄여도 종래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자석을 공개했다.

중국의 수출 규제 여파로 일본 기업들은 거래처 다변화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희토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80%에서 2017년 60%로 떨어졌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로 한국 정부가 반도체 소재를 포함한 첨단 소재 등의 개발에 약 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한국의 기술 개발과 조달처의 다양화가 이뤄지면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다른 곳에서 조달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자국 생산을 통한 탈일본화에 주력해 일본의 기술적 우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 반도체 장비업계의 올해 매출 전망치는 대폭 하향 조정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반도체제조장비협회(SEAJ)는 올해 일본산 반도체 장비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11% 줄어든 2조2억엔(약 21조7000억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대비 1% 증가로 제시됐던 지난 1월의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춘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달부터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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