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α와 제재완화' 접점 찾을까…체제보장 전향적 조치 나올지 관심
'美정부내 핵동결론' 보도에 볼턴 격한 반응…강온 온도차 재연 가능성도
'유연한 접근' 거론 美, 실무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협상안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함에 따라 미국 측이 어떠한 '협상안'을 들고나올지 주목된다.

미국 측 대표로 실무협상을 이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유연한 접근'을 거론하며 유화 메시지를 보내온 가운데 이를 기존의 '빅딜론'에 어떠한 식으로 접목, 실무협상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 내느냐가 향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의 풍향계가 될 전망이어서다.

미국측 협상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했다고 밝힌 '포괄적 협상' 기조에 따라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 및 제재완화 등 상응 조치를 아우르는 로드맵의 설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핵 동결(nuclear freeze)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비핵화 협상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는 미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미 조야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을 카드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실무협상팀을 곧 가동, 이달 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실무협상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북측 협상팀이 기존의 통일전선부 라인에서 외무성 라인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의 경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총괄역을 유지하면서 실무진 정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팀의 급선무는 새롭게 재개되는 북한과의 실무협상에서 내놓을 '패'를 가다듬는 일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새로운 협상에서 미국이 북핵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판문점 회동이 있기 몇 주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관리들이 북미 협상의 새로운 라운드의 기반이 될 수 있길 기대하는 '진짜 아이디어'가 구체화 돼왔다고 보도했다.

핵 동결, 즉 현 상태를 유지하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진전이 미국이 원하는 속도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등 악화를 막기 위한 상황관리 쪽에 주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이 목표로 설정해온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의 핵심 요체라 할 수 있는 핵 폐기에 한참 못 미치는데다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당장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전면에 등장했다.

볼턴 보좌관은 1일 트윗을 통해 "어떠한 NSC 참모도 나도 북한의 핵 동결에 만족하려는 어떠한 바람에 대해서도 논의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며 '비난받을 만한 시도'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응분의 대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비건 특별대표도 "순전한 추측"이라며 "현재로선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 팽팽한 평행선을 달려온 북미가 4개월여 만에 마주 앉는 것인 만큼, 미국 측이 '새 계산법'을 요구해온 북한과 접점을 찾기 위해 어느 정도 탄력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이 '핵 동결'을 최종 목표로 '하향조정'한 것은 아니더라도 전체 로드맵 안에 초기 단계로 상정하고 있는 가능성은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2월 21일 전화 브리핑에서 '우선순위'의 하나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을 거론한 바 있다.

미국이 WMD 폐기와 제재해제를 맞바꾸는 '빅딜론'을 북한의 면전에서 꺼내든 '하노이 핵 담판' 전 상황이긴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전체 로드맵 속에서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 핵 동결을 입구로 하고 시설과 핵 물질, 무기 등에 대해 폐기를 '최종 상태'로 하는 각 단계를 염두에 뒀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빅딜론의 큰 틀을 유지, 비핵화의 입구부터 출구에 이르는 각 단계를 규정하는 전체 로드맵의 일괄타결을 여전히 목표로 삼는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초기 단계로서 핵 동결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비건 특별대표가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을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유연한 접근'이라는 관점에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완전한 비핵화' 뿐 아니라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다른 합의사항에 대해서도 동시에 테이블 위에 한꺼번에 올려놓고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단계별 조합에 대해 머리를 맞댈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어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포괄적 협상'과도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북미가 하노이 핵 담판 당시 엉클어진 실타래를 푸는 것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당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제재해제'를 제안하고 미국이 '빅딜론'으로 맞서면서 '노딜'로 귀결된 만큼, 추가 핵시설 폐기까지 더하는 이른바 '영변+α'와 일부 제재완화를 교환하는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시선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판문점 회동 후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협상의 일정한 시점에 어떠한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긴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대북 체제 안전 분야에서 전향적 조치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지난 29일 낸 보도자료에서 "한미 정상은 김 위원장의 '계속되는 리더십'(continued leadership) 하에 북한의 번영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원한다"고 언급, 체제보장 메시지를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며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한 가운데 미국이 실제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지는 예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달 30일 FFVD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비핵화에 앞서 유엔 대북제재 이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미국 측의 제안과 관련, 행정부 내에서 강온 간 균열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볼턴 보좌관이 이날 '핵 동결론' 보도에 대해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을 두고도 행정부 내에서 빅딜론에서 한발 물러나려는 기류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볼턴 보좌관의 트윗에도 '핵 동결론'을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주체가 NSC라고 돼 있지 '트럼프 행정부'로 표현돼 있진 않다.

이란, 베네수엘라에 대한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경 기조를 주도해온 볼턴 보좌관을 계속 못마땅해 왔다는 점에 비춰 이번 대북 협상안 마련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간에 온도 차가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볼턴 보좌관이 지난 30일 판문점 회동에 배석하지 않고 출장지인 몽골로 직행한 배경을 눈여겨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볼턴 보좌관이 매파인 건 맞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본인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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