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유권자 보란듯
한반도를 大選무대로 활용
美 민주당 겨냥해 '치적'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방문에 가려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쏟아낸 발언들은 사실상 내년 말 대선을 앞둔 선거운동에 가까웠다. 연신 이전 정부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과 비교하며 자신의 공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만일 오바마 행정부가 했던 것, 그런 상황으로 나아갔다면 지금 우리는 전쟁·분쟁 상황에 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30분 남짓 진행된 행사에서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다섯 차례나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플로리다 대선 출정식’ 이후 재선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 진영인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날 하루종일 이어졌다. 전 정부에서 해내지 못한 외교 업적을 자신이 이뤄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도 지금이 훨씬 더 좋은 상황이라고 믿으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 이런 일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한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제가 처음 취임했을 때 미·북 관계는 최악이었다”며 “제가 취임하지 않았다면 북한과 전쟁을 했을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다”며 한반도 정세 변화 역시 자신의 공으로 돌리기도 했다.

외교 업적은 물론 이날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없는 미국 경제와 관련한 발언에도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지난 대선에서 다른 쪽(민주당)이 승리했다면 미국의 성장률이 +3%가 아니라 -3%가 됐을 수도 있다. 또 증시가 붕괴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은 이번 행정부의 공”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주가가 50%나 상승했는데 그 공이 과연 누구에게 가야 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내 보수층을 의식한 듯 “미국은 2년 반 전보다 훨씬 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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