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구조 조정을 통해 1만5000명에서 최대 2만 명가량을 감원할 계획이다.

'내우외환' 도이체방크…2만명 감원 나선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이체방크 이사회 소식통을 인용해 도이체방크 경영진이 감원 계획안을 지난주 초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 기존 인력 9만1500여 명 중 16~22%가 감원 대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체방크 이사회는 오는 7일 이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번 구조조정은 미국, 아시아 등의 투자은행(IB) 부문 위주로 이뤄진다. 이 부문 인력은 3만8000여 명에 달한다. 파생금융상품·주식 트레이더, 리서치연구원 등이 주요 감원 대상에 올랐다.

IB 부문은 도이체방크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지만, 최근 수년간 수익률과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UBS 자료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주식투자 분야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14년 6%에서 작년 3.5%로 줄었다. JP모간은 도이체방크 글로벌 주식 부문이 작년 6억유로(약 789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고 추산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내부 실적 악화에 외부 악재가 겹쳤다. 도이체방크 미국 지사는 지난해부터 돈세탁 관련 의혹에 휘말려 미국 검찰과 유럽연합(EU) 규제당국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거래은행이기 때문에 미 하원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관련 측근 및 기업 등의 과거 금융거래 자료를 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받고 있다. 또 지난 4월엔 코메르츠방크와의 합병이 무산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7일 도이체방크의 신용 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도이체방크 투자자들은 경영진에 수익률이 낮은 사업을 정리할 것을 요구해왔다. 작년 5월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까지 직원 수를 9만 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작년에만 약 7000명을 감원했다. 제빙 CEO는 지난 5월 IB 부문 규모를 크게 줄일 것이라고도 밝혔다. 도이체방크 관계자는 WSJ에 “아직 감원계획을 논의 중의라 실제 구조조정 규모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