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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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담판을 하루 앞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 측에 화웨이 제재 해제를 포함한 무역전쟁 해결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과 균형 잡힌 합의는 안 할 것이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담판 전날까지도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중국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해결할 준비를 하기 전에 미국이 충족해야 할 일련의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화웨이를 거래 금지 목록(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했다.

다만 시 주석이 화웨이 문제를 무역전쟁 휴전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울지, 아니면 미·중 간 최종 합의 타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앞세울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문제를 단순히 휴전이 아닌 협상 타결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전망했다.

중국 관리들은 또 “중국은 미국의 보복 관세 폐지와 함께 미국이 요구한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요구도 철회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중국의 이런 요구사항들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 재개 합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요구하는 ‘균형 잡힌 무역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뜻을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CNBC에 따르면 그는 지난 24일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 이유로 지식재산권 침해를 비롯한 중국의 잘못된 관행을 들었다.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이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막기 위한 법 개정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무역 담판에는 대(對)중국 초강경파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이번 회담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하고 추가 관세를 조절하는 선의 합의는 이뤄질 수 있겠지만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진전된 합의는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과의 사전 합의는 없다”며 “필요하다면 중국산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중이 무역전쟁 휴전에 잠정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얘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가짜뉴스”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올해 말까지 무역전쟁을 휴전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되면 추가로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10~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