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일본 오사카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29일 오전 11시30분 정상회담을 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한 ‘세기의 담판’을 벌인다. 세계는 디지털경제, 환경, 에너지, 성평등 등을 논의하는 28~29일 G20 정상회의보다 미·중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은 양측이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고 협상을 재개하는 데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 시진핑 ‘세기의 담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무역협상과 관련, “나의 플랜B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하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과의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플랜B는 한 달에 수십억달러(의 관세)를 벌어들이는 것이고 우리는 그들과 점점 적게 거래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나의 플랜B는 어쩌면 플랜 A일 수도 있다”며 “플랜B는 우리가 합의하지 못하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며 어쩌면 25%가 아니라 10%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3000억달러어치에 대해선 최고 25% 관세를 매기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공청회는 모두 마쳤고, 마지막 단계인 서면 의견 접수를 하고 있다. 다음달 초께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만 내리면 언제든 관세 부과를 시작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 보류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위협 중단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휴전’이 시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협상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최근 전화통화에서 정상회담 의제의 윤곽을 이같이 잡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미·중이 무역전쟁 휴전에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이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보도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SCMP는 이어 미국의 관세 연기는 시 주석이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에 응하는 대가라고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게 현실”이라며 잠정 합의가 번복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무역협상이 재개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데드라인을 어떻게 설정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국 소식통은 협상 데드라인이 6개월가량 될 것으로 내다봤다.


G20 개막전부터 치열한 외교전쟁

오사카 G20 정상회의 개막 전부터 주요국 간 치열한 정상외교도 시작됐다. 개막 전날인 27일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은 중·일 관계를 ‘영원한 이웃국가’로 정의하는 등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양국 간 회담에선 중·일 정상 및 고위급 인사들의 왕래를 지속하는 문제와 함께 내년 봄 시 주석의 일본 국빈방문도 논의됐다.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총리는 이날 중국 외에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비롯해 인도, 아르헨티나, 이집트, 세네갈, 싱가포르, 호주 정상과 만났다. 지난 26일 저녁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일·프랑스 정상회담도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사안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국가 등 9개국의 정상과 연달아 회동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는 관세 문제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독일 가스관 문제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는 터키의 러시아산 미사일 도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미·일 안보조약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해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도쿄=김동욱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