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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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중국음식 체인점 판다익스프레스는 북미 지역에서 맥도날드, KFC 등 글로벌 패스트푸드점과 맞먹는 인지도와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에 2000여 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연매출이 30억달러가 넘는 독보적인 아시안 레스토랑으로 성장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아메리칸 차이니스(미국풍 중화요리)’의 원조로 평가받는다. 오렌지 치킨, 세서미 치킨, 제너럴 소 치킨 등 아시아계 사람들이 선호하는 중국풍 음식을 판매하면서 서양인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판다익스프레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루 청과 페기 청 부부는 판다익스프레스의 성공으로 자산이 30억달러를 훌쩍 넘는 억만장자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재료가 들어간다는 중국 음식을 패스트푸드로 만들어 세계에서 성공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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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달러 중식당이 연매출 30억달러로

판다익스프레스의 전신은 1973년 중국 장쑤성 양저우 출신인 고(故) 밍차이 청과 앤드루 청 부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개업한 중국 식당 판다 인이다. 이들은 가족이 가지고 있던 자금 6만달러(약 7000만원)를 모아 음식점을 열었다. 밍차이 청은 대만 일본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요리사였다.

요리사였던 부친과 함께 시작한 기업은 가족이 이어받았다. 앤드루 청은 미 베이커대와 미주리대에서 수학을 공부했다. 판다 인 창업 2년 후 그가 대학 동창이던 페기와 결혼하면서 앤드루 청과 페기 청 부부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판다 인은 개업 10년을 맞은 1983년 중식 패스트푸드점으로 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름도 지금의 판다익스프레스로 바꿨다. 판다익스프레스 첫 매장은 로스앤젤레스 북쪽 글렌데일에 열었다.

초기엔 쇼핑몰 푸드코트 입점을 집중 공략해 이름을 알렸다. 1980~1990년대 미국에서는 도심 외곽 주거지들이 개발되면서 대형 쇼핑몰이 호황기를 맞았다. 판다익스프레스도 이 흐름을 타고 급성장할 수 있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최대 레스토랑으로 점포를 늘렸다. 이어 캐나다 멕시코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한국 등까지 진출하면서 세계 매장 수가 2000개를 넘어섰다. 한국에는 2014년 처음 들어와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여의도 IFC몰 등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판다익스프레스 연매출은 지난해 기준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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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도 건강하게

판다익스프레스의 성공 비결로 메뉴의 단순화와 품질 표준화가 꼽힌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중국 음식을 닭고기, 소고기, 해산물로 압축했다. 대표 메뉴는 오렌지 치킨, 제너럴 소 치킨 등 미국식 중국 요리다. 매년 세계에서 3만t 이상이 팔리는 오렌지 치킨은 튀긴 닭에 새콤달콤한 오렌지 소스를 입힌 요리다. 제너럴 소 치킨은 통마늘과 치킨을 매콤달콤한 양념에 볶아 조리했다. 여기에 볶음밥과 볶음면을 곁들여 먹는 식이다. 한 접시에 최대 네 가지 메뉴를 고를 수 있도록 했지만 가짓수가 적어 메뉴 선택을 두고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음식은 주문하면 동시에 담아줘 바로 먹을 수 있다. 회전율이 높아 매출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기름진 중식을 패스트푸드로 만들었지만 ‘건강한 음식’을 지향하는 것도 특징이다. 판다익스프레스는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 성분인 글루탐산나트륨(MSG)을 넣지 않는다. MSG가 몸에 해로운지 여부와는 별개로 고객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 반응 모니터링도 충실히 하고 있다. 신메뉴와 서비스, 디자인 등을 개발하기 위해 패서디나에 ‘이노베이션 키친’이라는 조직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이노베이션 키친은 창업자 부부의 딸이자 판다익스프레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는 안드레아 청이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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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으로 엄격한 매장 관리

세계 2000여 개 매장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일정한 품질 관리의 비결 중 하나다. 일찌감치 관련 기술을 받아들여 직영화에 주력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초창기부터 인기 메뉴를 분석하거나 고객 관리 등에 컴퓨터를 사용했다. 부인인 페기 청이 미주리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라 기술 경영이 빠르게 이뤄졌다. 페기 청은 재고관리와 구매, 고객관리 프로그램 개발을 직접 지휘했다. 2014년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해 단체 주문이나 결제도 가능하게 했다.

앤드루 청은 언론 인터뷰에서 “판다익스프레스가 알려지면서 프랜차이즈화하거나 상장하자는 제안이 잇따랐지만 모두 거부했다”며 “직접 운영해야 세계인이 똑같이 좋은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