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와 엔화올 1분기 주요국 통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를 비교해 본 결과, 일본 엔화 값은 균형 환율에 근접한 반면 한국 원화는 10개 주요 통화 중 통화약세 정도가 가장 심하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본 엔화 값이 균형 환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에 대해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환율 문제를 무기화하는 것에 대항 논리를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보입니다. 달리 말하면 미국의 환율 공세에 한국이 일본 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추계한 균형 환율에 근거해 올 1분기(1~3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위안화 원화 등 주요 통화의 환율을 분석한 결과, 유로화와 태국 바트화를 제외한 8개 통화가 통화약세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된 미국의 금리인상 결과, 달러화 회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빚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주요국 통화의 균형환율 대비 실제환율 /니혼게이자이신문 캡쳐대부분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지만 약세 정도는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소폭 강세, 싱가포르달러와 엔화는 달러화 대비 소폭 약세를 보였지만 균형 환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됐습니다. 참고로 올 1분기 달러화 대비 엔화값 균형 환율은 107.2엔으로 분석됐는데 26일 오전 9시 반 현재 달러당 엔화 값은 107.30~107.31엔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로화도 균형 환율(1유로=1.13달러) 부근에서 줄곧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중국 위안화도 올 1분기에 평균 달러당 6.75위안을 기록 균형 환율(6.74위안)과 거의 일치했다는 평가입니다. 대만달러는 위안화보다도 평이 좋았습니다.
반면 올 1분기에 약세가 가장 심한 통화로는 한국 원화가 꼽혔습니다. 현재 원화 환율은 균형 환율을 7%가량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하면서 올 1분기에 한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경제가 부진을 보이면서 자금이 유출된 점을 주요 이유로 지목했습니다.
최근 1년간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 추이 /네이버 캡쳐원화에 이어선 영국 파운드화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등의 불안으로 균형 환율 대비 6%가량 저평가됐다는 지적입니다. 또 인도네시아 루피화도 균형 환율 보다 실제 환율이 4%가량 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경제 펀더멘털이 불안해 외환시장이 투기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역시 이론상 균형치 대비 3%가량 저평가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시아 통화 중에선 태국 바트화만이 균형 환율보다 고평가 된 것으로 지목됐습니다. 관광산업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안정세를 보여 환율이 안정된 덕에 신흥국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1년간 달러화 대비 엔화환율 추이 /니혼게이자이신문 캡쳐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균형 환율을 일정 기간 시장평균가에 각국의 물가, 금리차, 정부부채, 경상수지 등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지표를 가미해 산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일본 언론의 환율 분석을 살펴보면 다른 나라보다 심한 최근의 원화 약세는 한국경제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좋지 않은 점이 반영돼 있으며, 수출증진을 위해 의도적으로 통화약세를 추진하고 있다는 미국 측 주장에 꼬투리를 잡힐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비록 외국 언론의 분석이긴 하지만 앞으로 통상마찰에 환율이 주요 무기화되는 시점인 만큼, 한국도 이를 무시할 것이 아니라 경각심을 갖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주요 도시에서 사무실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직원 수 증가와 인재 확보를 위해 쾌적한 업무 공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늘면서 사무실을 늘리는 기업은 증가한 반면 오피스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입니다.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등 일본 주요 대도시의 공실률이 지난 1년여 새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사무실 중개업체 미키상사에 따르면 나고야의 공실률은 지난해 1월 4.18%에서 올 5월 2.11%로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오사카 공실률도 3.59%에서 2.45%로 뚝 떨어졌습니다. 올 5월 현재 삿포로(2.23%), 후쿠오카(1.81%) 등의 공실률도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도쿄의 사무실 부족은 더욱 심각한 모습입니다. 시부야, 신주쿠 등 도쿄 도심의 올 5월 오피스 공실률은 1.64%로 거품경제 시기인 1990년 12월의 0.39%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도쿄의 공실률은 지난해 11월 이후 1%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도심 사무실 공실률이 수급 균형선이라는 5% 아래로 떨어진 것은 물론 극단적인 사무실 부족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도쿄 도심지역 사무실 공실률은 1990년대 초까지 0~1%대를 오가다 1992년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5%대로 높아졌습니다. 이후 일본 경제가 침체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 동안 공실률은 9% 수준까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도쿄 도심 사무실 공실률이 수급 균형선이라는 5% 아래로 떨어진 것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2015년 7월부터입니다.이처럼 일본 주요 도시에서 사무실이 모자란 것은 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무환경 개선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손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교통이 편리한 도심지역에 쾌적한 환경의 사무공간을 마련해 인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입니다. 또 과거와 달리 도심지 오피스 수요처가 금융사와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과 게임업체 등으로 다변화한 점도 사무실 부족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도쿄 이외 지역에선 신규 오피스 빌딩의 건설이 부족하고,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낡은 건물들이 호텔 위주로 바뀌면서 사무공간 부족이 심화됐습니다.일본의 노동환경 변화도 사무실 부족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중개업체인 산코이스테이트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정년연장의 영향으로 사무실 부족현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공유사무실 업체 위워크는 지난해 2월 일본에 진출한 이후 도쿄 뿐 아니라 오사카, 나고야 등으로도 거점을 확대했습니다.이처럼 사무실 부족현상이 전국화·만성화하면서 사무실 임대료 상승 추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쿄 도심지역의 사무실 평균 임대료는 3.3㎡당 평균 임대료는 2만1396엔(약 23만원)으로 전월 대비 0.55% 상승했습니다. 65개월 연속 임대료 상승 기록도 세웠습니다. 이는 2009년 2월(2만1620엔) 이후 최고치입니다. 다만 도심지 월평균 임대료가 3.3㎡당 2만3000엔 근처까지 갔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임대료는 낮은 수준입니다.빈사무실을 구하기 힘든 도쿄와 대조적으로 한국감정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상업용부동산 공실률은 올 1분기에 11%에 달했다고 합니다. 시청, 을지로, 충무로 지역은 공실률이 20%를 넘기도 했다고 합니다.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척도 중 하나라는 사무실 공실률만 놓고 보면 한국과 일본 경제 현황의 격차가 적지 않은 모습입니다.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일본의 주요 수출입 관문인 도쿄항(港)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가까워 졌다는 지적입니다. 늘어난 수출입 물동량에 비해 부두 시설의 확장이 뒤따르지 못해 항구를 오가는 화물트럭이 상습 정체상태를 빚고 있다고 합니다.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항만기능을 확충하기 위해 도쿄항의 물류시스템을 시급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항의 물류 인프라에 비해 수출입 물량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도쿄항의 수용 능력이 한계를 맞이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도쿄항의 해외 무역 컨테이너 취급개수는 457만개(20피트 컨테이너 환산 기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도쿄항의 컨테이너 수용용량은 340만개 정도인데 시설 용량을 크게 초과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도쿄시는 2024년까지 컨테이너 시설을 정비해 120만개 분량의 항구 수용용량을 키울 계획이지만 여전히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이에 따라 도쿄항만 주변에는 상습정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트레일러 차량이 항구에 도착한 배에서 짐을 넘겨받기 위해 컨테이너 야드에 들어가는 데에만 6~7시간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주변 도로는 상습정체 지역으로 ‘악명’이 높아지고 있습니다.배송시간이 지연되고 컨테이너 관리 비용이 추가되는 등의 문제가 늘면서 도쿄항을 피해 다른 항구를 이용하는 우회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대형선박이 나고야항에 입항한 뒤 내항선에 짐을 환적해 도쿄와 가까운 시즈오카시 시미즈항이나 지바항까지 운반하는 식입니다. 아예 후쿠오카시 하카타항에 하역한 뒤 내륙 철도로 일본 수도권으로 옮기는 물량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원래 도쿄항은 3600만 일본 수도권 주민을 겨냥한 의류, 생활잡화, 신발, 전기기계, 식품류 수입품이 주로 하역되던 항구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항만시설의 노후화 등이 겹치면서 항만 기능이 거의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이에 따라 도쿄항에 대한 물류 시스템과 일본 정부의 물류정책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 때는 충분했던 도시 주요 인프라도 시대의 변화와 경제규모 확대에 따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항구도시 도쿄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쿄항이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최근 모습은 기존 인프라가 한계에 처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일본 정부가 무인 배송로봇의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연내에 주요 공공도로에서 무인배송 로봇 이동과 관련한 실증실험을 시행키로 했습니다. 만성적인 일본의 일손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으면서 동시에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무인 배송 분야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점도 일본을 자극했습니다.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운송업체 야마토운수, 정보기술(IT)기업 라쿠텐 등과 공동으로 올해 안에 무인 배송로봇을 도로에서 달리도록 하는 실증실험을 실시키로 했습니다. 이를 위한 민·관 협의회도 출범해 무인배송 로봇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고 안전성 등을 검토키로 했습니다. 민·관 협의회에는 경찰청, 국토교통성, 경제산업성 등 정부 유관부처와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합니다. 민간 부문에선 미쓰비시토지, 일본우편, 파나소닉, ZMP(자율주행 기술 개발사)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옛 규제가 새로운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에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습니다. 일본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현재 무인로봇은 무인 자율주행차량으로 해석된다고 합니다. 탑승자 착석을 의무화한 현재 법규에 따라 무인 배송로봇은 도로를 달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실증실험은 현 법규에서도 허용될 수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선 법규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는 전언입니다.무인 배송 로봇은 무인 카메라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파악한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납품 업체에 자동으로 화물을 보내는 기계를 말합니다. 높은 노동 강도 등으로 일손부족 현상이 심한 물류업계에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합니다. 물류 회사와 배송 로봇 제조업체는 이번 실증 실험을 통해 성능과 안전성 등을 검증할 수 있고, 부동산회사는 화물엘리베 등과 무인배송 로봇의 연계 서비스가 가능한지를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일본 뿐 아니라 각국에서도 무인 배송 기술개발이 한창입니다. 미국에선 관련 법 정비가 진행 중이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실증실험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도 로봇 배송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세계 각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 구축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잠시라도 한눈팔다가는 경쟁에서 멀찌감치 뒤쳐지는 불상사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