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에도 미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거래를 계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 마이크론 등 미 반도체 기업들이 약 3주 전부터 수백만달러 규모의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해왔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미국 밖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미 상무부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리면서 ‘화웨이에 미국산 제품 공급을 금지한다’고 규정한 조항의 빈틈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거래 제한 조치 이후 일단 거래를 중단했다가 법률 자문을 거친 뒤 거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업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달 상무부 조치에 따라 화웨이에 제품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후 법률 자문을 거쳐 합법적으로 일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2주 전부터 판매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미 반도체 기업은 화웨이에 연간 110억달러(약 12조7400억원)어치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 압박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딩윈 화웨이 통신네트워크 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지금까지 세계에서 50건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5G 통신장비 출하량은 15만 개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에서 공개한 계약 건수(30개)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