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이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가 국제 금융안정성을 해칠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과 각국 정치권에서 잇따라 우려를 내놓고 있어 리브라가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BIS는 23일(현지시간) ‘금융시장에서 거대 기술기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빅데이터를 무기로 금융서비스 시장을 단숨에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며 각국 규제당국에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거대 IT 기업들이 결제, 보험, 대출 등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가져올 급격한 변화는 금융안정성, 시장경쟁, 사회복지 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IS의 이번 보고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이 새로운 가상화폐 리브라를 통한 결제서비스를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한 이후 나왔다. 앞서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도 리브라에 대해 “최고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리브라가 독립적 통화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하는 등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BIS는 보고서에서 “은행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공공복지를 우선해야 할 금융업무가 이익만 추구할 경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T 기업이 금융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금융 규제 뿐 아니라 경쟁정책, 데이터 보호 등 영역에서도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가상화폐가 돈세탁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부작용의 하나로 봤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