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5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들의 기대수명이 빠르게 연장되는 가운데 고객과 장기계약을 맺어야 하는 일본 생명보험사들이 주로 초장기 회사채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회사채 시장에서 5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종합 부동산회사 미쓰비시지쇼는 올 4월 일본 역사상 가장 만기가 긴 채권인 5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금리가 연 1.132%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투자자 수요가 몰리면서 당초 계획(50억엔)의 3배 규모인 150억엔(약 1626억원) 어치가 발행됐다. 철도회사인 JR동일본도 5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6년에도 미쓰비시지쇼와 JR니시니혼, JR히가시니혼 등이 4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미국에선 코카콜라 등이 10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일본에선 최근까지 만기가 40년이 넘는 회사채 발행은 극히 드물었다.

초장기 회사채는 연기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지역 금융사, 보험사 등이 주로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니생명보험이 미쓰비시지쇼의 50년물 회사채를 대량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과 긴 기간의 보험계약을 맺어야 하는 생보사는 만기가 긴 채권을 즐겨 구입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초장기 채권으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소니생명보험의 주고객층이 30~40대로 다른 생보사보다 젊어 보험기간이 긴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소니생명이 금융자산으로 보유한 채권의 평균 잔존기간은 21.8년으로 ‘100세 시대’에 대비해 보유채권을 장기화하지 않으면 보험계약과 불일치가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7년 일본인 평균수명이 여성은 87.26세, 남성은 81.09세에 이르는 가운데 30세 고객과 종신보험 계약을 체결하면 회사로선 70년 가까이 빚을 지는 셈”이라며 “보험사로선 초장기채 투자로 일본인의 ‘장수화’에 대응하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