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블록체인 1년 준비
기존 통화질서 붕괴 위험
수십억명 쓰는 페이스북 "가상화폐 발행"…세계 통화당국 '경악'

페이스북이 18일(현지시간) 자체 개발 가상화폐 ‘리브라(Libra·천칭자리)’ 발행 계획을 공식 발표하자 세계 각국 정치권과 금융권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7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가상화폐가 탄생하면 세계 금융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0년 상반기부터 리브라를 발행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브라의 목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다 간편한 금융 인프라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수십억 명의 사람이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마치 페이스북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메시지를 공유하듯 손쉽게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자체 블록체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리브라 출범에 앞서 1년가량 준비했다. 지난해 5월 블록체인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최근에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체인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저커버그 CEO는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비롯한 기존 신용카드 업체와 전자결제시스템 업체 페이팔, 차량공유 업체 우버 등 27개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참여 기업이 100여 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리브라를 관리 감독하기 위한 독립 기관인 ‘리브라 협회’를 스위스에 세웠다. 리브라 프로젝트 참여 기업과 여러 비영리단체들이 협회의 주축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리브라는 기존 일부 가상화폐들의 약점인 과도한 가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 화폐) 형태로 운영된다. 세계 주요국 화폐, 은행 담보금, 단기 국채 등에 가치를 연동시킬 방침이다.

외신들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발행이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저렴한 수수료 비용을 앞세워 해외송금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CNBC는 “27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생태계 참여자들이 모두 이 가상화폐로 돌아서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각국 금융당국은 리브라가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리브라는 주권 통화가 될 수 없으며 기존 화폐의 대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가국들에 리브라와 관련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보고서를 준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리브라에 대해 마음은 열려 있지만 문을 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걸고 나섰다. 맥신 워터스 미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은 미 의회와 규제당국 검토가 있기 전까지 리브라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리브라 프로젝트가 세계 각국의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좌초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리브라가 겨냥하고 있는 주요 시장, 특히 50개에 달하는 미국의 주(州) 모두에서 승인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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