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트러스트, 144개국 14만여명 조사
"부유한 나라일수록 백신 덜 신뢰해…유럽·동아시아 최저"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는 올해 초 급성 감염병인 홍역이 크게 유행했다.

한때 퇴치됐던 홍역이 선진국 등에서 유행한 것은 백신 미접종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 또는 국가일수록 백신의 효과 자체를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19일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자선재단 '웰컴 트러스트'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을 통해 작년 4∼12월 세계 144개국 15세 이상 남녀 14만여명을 대상으로 보건과학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9%는 백신이 안전하다고 답했다.

백신이 효과적인 질병 예방 수단이란 응답도 84%에 달했다.

하지만, 지역·국가별로는 백신에 대한 태도가 크게 갈렸다.

백신 접종이 안전하다는데 동의한 응답자 비율은 동유럽(50%)과 서유럽(59%)에서 가장 낮았고 동아시아도 68%에 그쳤다.

북미(72%), 북유럽(73%), 중앙아시아(74%), 남유럽(76%), 중앙아프리카(77%), 중동(79%), 남미(81%), 오세아니아(82%), 남아프리카(82%), 동남아시아(84%)로 갈수록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졌다.

백신에 대한 신뢰가 가장 높은 지역은 남아시아(95%)와 동아프리카(92%)였다.

상대적으로 보건 시스템이 낙후한 지역일수록 백신을 더 신뢰한다는 뜻이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백신 덜 신뢰해…유럽·동아시아 최저"
국가별 비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예컨대 최근 홍역이 창궐한 프랑스에선 응답자 3명 중 1명(33%)꼴로 백신이 안전하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방글라데시와 르완다에선 거의 모든 응답자(94∼99%)가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경우 백신이 안전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49%로 동아시아 전체(68%)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백신이 효과적이란 응답률도 6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조사를 주도한 웰컴 트러스트의 대중참여 담당자 임란 칸은 "방글라데시와 이집트 등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은 국가는 감염병이 더 많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을 안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있지만, 선진국에선 병에 걸려도 더 나은 보건 체계가 갖춰져 있기에 그만큼 심한 증세를 겪지 않고 목숨을 잃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백신에 대한 인식차가 나타나는 이유를 추정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선 한때 퇴치됐던 것으로 여겨졌던 감염병들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 종교적인 접종 거부 등도 한때 완치 단계에 들어갔던 질병 창궐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4월 발간된 유엔 보고서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홍역 백신 누적 미접종자가 1억6천900만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