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작가 겸 '글로리아 진' 만든 패션 아이콘
양육권 소송부터 자녀 투신자살까지 '굴곡진 삶'
앤더슨 쿠퍼와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 [AP=연합뉴스]

앤더슨 쿠퍼와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 [AP=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인 부호 가문 밴더빌트가의 상속녀, 뉴욕 사교계의 꽃이자 모델 여배우 글로리아 밴더빌트가 1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5세.

글로리아는 19세기 후반 당대 미국의 최대 부호였던 '철도왕' 코르넬리우스 밴더빌트(1794~1877)의 5대손이다. 밴더빌트 가문은 20세기 초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석유왕' 존 D. 록펠러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부호 가문으로 통한다.

글로리아는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패션 디자이너 겸 화가·작가로서, 그리고 케이블 뉴스채널 CNN방송의 간판앵커 앤더슨 쿠퍼의 어머니로도 유명하다.

앤더슨 쿠퍼가 이날 오전 CNN방송에서 직접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전했다. 쿠퍼는 7분 분량의 보도를 통해 어머니의 삶을 되짚으며 추모했다.

글로리아는 이달 초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퍼는 "인생을 사랑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살았던 비범한 여성이었다. 화가 겸 작가이자 디자이너였고, 놀라운 어머니이자 아내이면서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방문자, 오래전에 타버린 머나먼 별에서 찾아온 여행자였다"라고 덧붙였다.

1924년 뉴욕에서 태어난 글로리아는 프랑스에서 자랐다. 두 살이 되던 해, 아버지 레지날도 밴더빌드가 43세의 나이로 갑자기 숨지면서 당시 400만 달러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어머니와 고모들이 재산상속 싸움을 벌였고, 결국 글로리아는 고모들과 살게 된다.

10살인 당시 그는 재산상속을 둘러싼 재판으로 연일 신문에 오르내렸고 '가여운 부자 소녀'라는 별명을 가졌다.
어린시절 글로리아 밴더빌트(1935년 촬영) [AP=연합뉴스]

어린시절 글로리아 밴더빌트(1935년 촬영) [AP=연합뉴스]

글로리아는 화가와 디자이너로서도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발휘했고, 어마어마한 부와 미모를 가졌지만 개인적으로는 불운한 개인사를 가졌다.

그는 세 번 이혼하고 네 번 결혼했다. 영화 제작자인 팻 디치코와의 첫 결혼에 이어, 두 번째 남편은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세 번째 남편은 영화감독 시드니 루멧, 네 번째 남편은 작가 와이엇 쿠퍼였다. 마지막 와이엇 쿠퍼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는데, 그 중 막내가 앤더슨 쿠퍼다.

이밖에 그는 사교계의 유명인사로, 당대 스타들과 숱한 염문설을 뿌리기도 했다.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란도,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 등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리아는 첫째 아들 카터 쿠퍼가 일시적 정신착란으로 뉴욕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형의 비극적인 자살을 지켜본 앤더슨 쿠퍼는 유산을 거부하고 집을 떠나 방송계에 입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글로리아는 또 지난 2017년 4월 93세의 나이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고, 석 달여 만에 13만 팔로워를 기록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글로리아 밴더빌트(1964년 촬영) [AP=연합뉴스]

글로리아 밴더빌트(1964년 촬영)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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