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화웨이 생산량 2년간 300억弗 줄일 것"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사진)은 “향후 2년간 생산량을 300억달러(약 35조6000억원)어치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미국 기업 등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부득이 감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털어놓은 것으로 풀이됐다.

17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런 회장은 이날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대담회에서 “미국이 이토록 강한 집념을 통해 전방위적인 공격을 해올 것이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년간 생산량을 300억달러(약 35조6000억원)어치 줄일 것이며 올해 매출도 1000억달러(약 119조원)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1041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4%가량 줄어드는 것이며, 화웨이가 올초 제시한 매출 목표치를 20% 밑돌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런 회장은 그동안 화웨이가 미 정부 제재에 충분히 맞설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출해왔다. 그는 지난달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미 제재에) 이미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달 26일 CCTV와의 인터뷰에선 “우리가 죽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며 “승리는 우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런 회장의 이날 발언에 비춰보면 그가 자신감을 많이 잃은 것으로 보인다. 런 회장은 “화웨이는 고장난 비행기 같은 처지”라고 했다.

외신들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화웨이는 미 상무부가 지난달 16일 블랙리스트(거래 제한 대상)에 올린 뒤 구글, 인텔, 퀄컴 등과의 거래가 줄줄이 막혔다. 인텔 등으로부터 중앙처리장치(CPU)를 구입할 수 없어 최근 신형 노트북 출시를 취소하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자사 폴더블스마트폰 메이트X 출시를 전격 연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런 회장은 이날 대담에서 시점을 언급하지 않은 채 “화웨이 스마트폰 수출량이 전과 비교해 40% 감소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의 올해 해외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40~6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런 회장은 미국에 대해서는 전에 비해 한층 더 유화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화웨이는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와 미국 기업들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우리가 지금 받고 있는 일련의 곡절은 그들(미국 기업)의 본심 때문이 아니라 일부 미국 정치가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