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란 핵협정에 따른 농축 우라늄 저장 한도량을 열흘 안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핵협정 이행 범위를 지금보다 더 축소하겠다는 얘기다. 지난 13일 오만만 유조선 피격 사건 이후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겠다”며 압박을 강화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이란 국영 IRNA 등에 따르면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AEOI) 대변인은 이날 아라크 중수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해 이란은 10일 내 핵협정에 따른 저농축 우라늄 저장 한도량 300㎏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어 “국가적 필요에 따라 우라늄 농축 수준도 높일 수 있다”며 “기존 3.67% 수준인 저농축 우라늄 외에도 테헤란 연구용 원자로에 쓰기 위한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은 지금도 얼마든지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능력이 있다”며 “최고국가안보회의 등의 결정을 거쳐 생산량과 생산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무기를 만들려면 통상 농도 90%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AEOI는 또 이란 핵협정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협정에 따른 이란에 대한 경제적 지원 조치를 다시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이란과 유럽은 미국의 경제 제재를 우회해 무역을 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금융 특수목적법인(SPV) ‘인스텍스’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란은 지난달 8일 핵협정 이행 축소 1단계 조치를 발표하고 독일 등에 인스텍스 가동을 요구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협정 상대국들이 의무를 지키면 취소할 수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경제 제재 조치로부터 이란을 보호하겠다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최근 미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협정에서 더 발을 빼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미국 CBS,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며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 행정부가 합의한 이란 핵협정은 사실상 이란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내용이었다”며 “그래서 미국은 이란 핵협정을 탈퇴했고, 이란이 정상적인 국가로 행동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오만만에서 일어난 유조선 두 척의 피격 사건에 대해서도 이란을 공격했다. 그는 “이란이 ‘항행의 자유’를 공격했고, 미국은 (이란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에 크게 의존한다”며 “이들 국가도 미국의 행동에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군사적 대응도 선택지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다”고 답했지만 “이란과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