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한 정착촌 지명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 ‘트럼프 고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1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골란고원 북서쪽 브루힘 지역에서 내각회의를 열어 일대에 새 유대인 정착촌 개발을 추인하고 이 정착촌 이름을 ‘라마트 트럼프’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라마트는 고원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인정해준 데에 대한 보답으로 풀이된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동남부와 이스라엘 북동부 접경지대에 있다. 본래는 시리아 영토였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일대를 점령한 이래 반환을 거부하고 정착촌을 곳곳에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골란고원에 대해 이스라엘 주권을 정식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세계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둘 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정식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등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국기가 나란히 새겨진 트럼프 고원 표지판 제막식도 열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영광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에 감사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홍보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착촌 조성 관련 예산이나 계획 등이 거의 없는 상태라서다. 브루힘 일대는 정착촌이 조성된지 30년 가량 됐지만 인구는 10여명에 불과하다. 로이터통신은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정착촌 주민 유입 계획이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유력 일간 하레츠는 “네타냐후 행정부는 최근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기 때문에 오는 9월 새 총선에서 총리직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며 “그가 정착촌 개발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