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 인근 해상에서 지난 9일 중국 선박과의 충돌로 발생한 필리핀 어선 침몰사고에 대해 필리핀 정부의 반발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 군 당국의 초기 조사결과, 중국 선박이 정박 중인 필리핀 어선을 충돌하는 바람에 어선이 가라앉으면서 선원 22명이 물에 빠졌는데도 곧바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지자 외교관계 단절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14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전날 "어선 침몰이 고의로 이뤄진 게 확인되면 침략행위로 간주해 외교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넬로 대변인은 또 "필리핀-중국 우정의 날이자 독립기념일 사흘 전에 발생한 그 사건으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분개했다"면서 "자오진화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에게도 그 사건에 따른 엄청난 논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누구도 그런 야만적이고 비문명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캐나다산 쓰레기를 돌려보내는 문제를 해결했을 때처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캐나다에서 5∼6년 전에 밀반입된 쓰레기 반송 문제가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자 캐나다 주재 자국 대사와 영사를 모두 소환했다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 뒤 업무에 복귀시킨 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현재로서는 중국 선박이 우리 어선을 들이받았다는 것은 하나의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피해 선원들이 귀항하면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도 "중국 선박이 고의로 우리 어선을 들이받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中선박이 우리 어선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면 침략행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