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또 대규모 시위 예정
외국기업 행사 줄줄이 취소
홍콩에서 범죄자를 중국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법(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홍콩에서 은행 간 거래되는 대출 금리(하이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이런 와중에 시위를 주도하는 홍콩 재야단체가 16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에서 은행 간 1개월짜리 대출 금리는 전날보다 0.21%포인트 상승한 연 2.63%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10여 년 만의 최고치다. 3개월물 금리 역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연 2.56%로 뛰었다.

시위에 놀란 홍콩 금융시장…은행간 대출 금리 10년 만에 최고

이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 간 정면충돌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현금 수요가 급증한 것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치가오 스코샤뱅크 외환분석가는 “정치적인 리스크와 사회 동요로 인해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홍콩 시장에서 자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홍콩달러 가치의 급락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사무엘 체 싱가포르개발은행(DSB) 이코노미스트는 “페그제(홍콩달러 가치를 미 달러에 고정)가 온전할 것인지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홍콩 금융당국이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통해 통화가치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외국 기업의 이탈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30억달러를 운용하는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상당수 기업이 이번주 계획했던 행사를 줄줄이 취소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골딘파이낸셜홀딩스는 사회적 동요와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14억달러 규모 부지 입찰을 포기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2일 홍콩의 신용등급을 최상급보다 한 단계 낮은 AA+로 유지했다. 피치는 하지만 홍콩이 자치를 훼손하는 쪽으로 중국 본토의 제도에 맞춰 간다면 현재 중국의 A+보다 세 단계 높은 홍콩의 신용등급을 재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홍콩 금융산업이 타격받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30%에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앤드루 설리번 펄브리지파트너스 이사는 “법안 개정이 이뤄지면 상당수 미국 기업이 비즈니스 거점을 홍콩에서 싱가포르를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정부가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법안 개정을 추진하자 미국 의회는 이날 홍콩에 대한 기존 특별대우를 매년 재평가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1992년 홍콩법’에 따라 홍콩특별행정구가 받는 특별대우가 정당한지 평가하기 위해 매년 국무장관에게 홍콩의 자치권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제정된 미국의 홍콩법은 미국이 비자나 법 집행, 투자를 포함한 국내법을 적용할 때 홍콩을 중국과 달리 특별대우하도록 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가 지난 12일 예정됐던 법안 2차 심의를 연기하면서 시위는 잠시 소강 상태다. 하지만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16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검은 옷을 입고 행진하면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철회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입법회는 아직까지 개정안 심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시위대가 주로 이용하는 메시징 서비스 텔레그램은 12일 중국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아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대부분 중국에 있는 IP주소로부터 강력한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 대도시에선 14일 오후부터 한국 네이버의 접속이 완전 차단됐다. 홍콩 시위가 거세지자 중국 정부가 인터넷 통제 강화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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