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유지 강조하며 '속도 조절'
美, 20여개 동맹국에
대북 정제유 공급 중단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12일(현지시간) 북한 핵 협상에 대해 네 차례나 “서두를 것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전달 소식을 공개하면서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릴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속도 조절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북한과 매우 잘 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두를 게 없다.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두를 것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네 번이나 되풀이했다.

북한이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와야 한다”며 정한 ‘연말 시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있을 수 있지만 (당장이 아니라) 향후에 하고 싶다”며 북한의 변화가 먼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이 없었다”며 “그들(북한)은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는(미국과 북한은) 좋은 관계”라면서도 “나는 달라질지 모른다”는 말도 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의 대북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내세우는 것과 무관하게 미국은 엄격한 대북제재 이행을 촉구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전날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 위반’을 고발하는 문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문서에서 북한이 올 들어 총 79차례에 걸쳐 정제유 불법 환적을 했으며 이를 통해 유엔이 정한 정제유 수입한도(연간 50만 배럴)를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여 개 동맹국과 함께 유엔 회원국에 북한에 대한 추가 정제유 공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문서에는 호주 프랑스 일본 독일 등이 서명했다. 유엔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도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주재 미 대표부는 “북한에 대한 정제유 수입 제한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한 대북 압박 유지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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