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9일 두 번째 단거리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당시 대다수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도발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북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1주년인 지난 6월 12일 전후로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10일 친서를 전달한 것이다. 북한은 앞서 미국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에도 백악관에 친서를 보냈다. 미·북 ‘핵담판 시계’가 다시 돌아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정은 친서’가 공개된 건 1월 19일 이후 142일 만이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친서로는 여덟 번째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친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는 상당히 후했다. “김정은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개인적이고, 따뜻하며 멋진 친서였다”고 말했다.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보여온 도발적인 행보를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4일에 이어 9일 잇달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미국은 북한 선박 압류로 대응했다. 미 법무부는 9일 유엔 국제 제재 위반 혐의로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을 압류해 영해로 이송 중이라고 발표했다. 제재 위반 북한 선박에 대한 첫 번째 압류 조치였다. 북한은 21일 김성 유엔대사가 기자회견을 자청, 압류 선박을 돌려달라고 주장하는 등 미·북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이었다.전문가들은 이번 친서 전달을 북한이 다시 외교에 집중하려는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매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데 대한 화답이라는 것이다.미·북 정상 간 유화적인 메시지 교환에도 불구하고, 당장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볼턴 보좌관은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경제적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고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면서도 “그들이 해야 하는 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핵시설 폐기+알파’를 제안할 수 있느냐가 핵협상 재개를 위한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 내 5개 핵시설을 지목하며 “김정은이 그중 1~2개만 없애길 원해 ‘내가 다른 3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과의 기싸움을 위해 올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요구했지만 강력한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다시 외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박동휘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
미·중 무역전쟁이 이달 말 양국 정상회담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측이 번복한 원래 합의 조건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협상을 타결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고위 관료들은 담판이 이뤄진다 해도 최종 타결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우군 확보를 위해 중앙아시아 방문에 나섰다.트럼프 “내가 협상 쥐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협상을 못 하도록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나”라며 “우리는 중국과 훌륭한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전혀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합의했었다”며 “중국이 그 합의로 돌아가지 않으면 타결하는 데 관심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간절히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며 중국이 4∼5개 쟁점에 다시 합의하지 않으면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은 작년 12월 전격적으로 휴전에 들어간 뒤 수차례 고위급 협상을 벌였다. 지난달 초 양국은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위안화 환율조작 △사이버 절도 △산업보조금 지급 등을 막는 내용의 합의안 초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이 막판에 합의 사항 법제화를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미국은 90%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중국의 번복 때문에 판이 깨졌다고 비난하고 있다.양국은 오는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담판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사이의 갈등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했다.하지만 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이뤄진다 해도 최종 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날 CNBC에 나와 “잘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데 대한 합의의 일부일 것”이라며 “최종 합의가 아닐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도 “정상회담은 합의를 끝내는 자리가 아니라 다시 협상할 기회”라고 설명했다.미국에선 타협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양국이 무역 합의에 이르지 않아도 미 경제는 올해 3%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항전 의지 다지는 중국중국도 굽히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12~14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14∼16일엔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리는 아시아 상호협력 신뢰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월관계를 과시한 데 이어 중앙아시아를 방문해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중국 정부는 12일 지방정부가 철도와 고속도로, 전기, 가스공급 프로젝트에 특수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을 쓸 수 있게 허용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돌파하기 위한 부양 조치다. 이 과정에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채권 발행을 지원키로 했다.중국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10일부터 장시성과 네이멍구자치구, 푸젠성 등 자국 내 희토류 주요 산지에서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 불법 개발 및 수출을 단속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 압박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3640t으로 전달보다 16%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중국 정부 입장을 가장 먼저 트위터로 내보내는 중국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인은 이날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가끔 보내는 유화적 신호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뉴욕=김현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NBC "트럼프, 섀너핸 존재감 부족하다 생각"…北미사일 의견차 주목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차기 국방장관으로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을 고른 자신의 결정을 재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NBC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프랑스 노르망디에 머무는 동안 적어도 3명에게 섀너핸 대행에 관한 생각을 묻고 다른 후보군이 있는지 물었다고 대통령과 이들 사이에 오간 대화를 잘 알고 있는 4명의 취재원이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섀너핸 대행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으나 다른 선택지가 없는지를 궁금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취재원들은 전했다.취재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섀너핸을 포기할 경우 대안으로는 마크 에스퍼 미국 육군성 장관이 거론된다고 밝혔다.그는 백악관이 섀너핸 지명 계획을 밝히기 전에 후보군에 있던 인물이다.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섀너핸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9일 밝혔으나 한 달이 넘도록 상원에 공식적으로 인준을 요청하지 않았다.애초 백악관 관료들은 5월 18일에 의회에 인준을 요청서를 보낼 것이라고 얘기한 것에 비춰도 한참 늦어진 것이다.국방부에 있는 섀너핸의 실무팀은 1주일 전쯤에 인준 요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국방부 관료들은 전했다.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검증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섀너핸은 국방 부장관과 국방장관 대행이 될 때 앞서 검증을 받았으며 FBI는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대통령이 섀너핸의 대안에 관해 주변에 묻는 것이 결국 섀너핸의 낙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명 계획을 밝힌 것과 공식 지명 사이의 시차가 길어지면 결국 당사자가 낙마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NBC는 덧붙였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자신의 경쟁자였던 허먼 케인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로 지명하겠다고 밝혔으나 철회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섀너핸이 국방장관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인선 문제를 논의한 관계자들은 밝혔다.애초에 섀너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한 인물이 아니었으며 수 개월간 장고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장관 대행 체재를 종료하라는 정치권의 촉구에 결국 섀너핸을 낙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섀너핸 지명에 관한 NBC의 질의에 몇주 전에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며 이제 섀너핸 대행이 "절차를 거쳐 가야 한다"고 11일 반응했다.인준 요청이 지연되면서 최근 섀너핸이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과의 견해 차이 등도 주목받는다.그는 지난달 29일 동남아시아 방문 중에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것들은 단거리 미사일들이었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규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내 사람들은 그것이 (결의) 위반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는 다르게 본다"고 진화에 나선지 이틀 만에 배치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최근 섀너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그의 정적인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전함(존 매케인함)이 보이지 않도록 이동시켜 달라고 백악관이 요청한 사실을 확인해 트럼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섀너핸 대행은 "나는 매케인 상원의원과 같은 위대한 미국 애국자의 기억을 절대로 모욕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트럼프의 한 측근은 섀너핸 대행에 관해 "그를 대변해 줄 사람이 없다. 아무도 그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섀너핸이 의회에 우군을 만들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가운데 볼턴 보좌관은 섀너핸 편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볼턴의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이 여전히 섀너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