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심사절차 간소화 행정명령
대선 앞두고 농업지대 민심 달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카운슬 블러프즈에서 미국산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유통과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서명한 행정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카운슬 블러프즈에서 미국산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유통과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서명한 행정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에서 생산되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유통 및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국제적 공조 확대 등에 적극 나선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중국 등 교역 상대국들이 미국산 GMO 수입을 억제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은 세계 최대 GMO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농촌 표밭' 달려간 트럼프…GMO 유통·수출 규제 확 풀었다

11일(현지시간) 미 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에탄올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 부처들을 대상으로 GMO 유통과 수출을 활성화하는 규제개혁 방안 등을 추진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서명 후 트럼프 대통령은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검토 과정을 간소화해 우리 농민들이 발전된 기술에 더 빨리 접근하고 이에 따른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는 △GMO에 대한 허가와 인증 절차 간소화 △GMO 인증 절차와 관련해 철저히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평가 방법만 추진 △정부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GMO를 더 잘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부처들이 나서서 교역 상대국이 GMO를 더 많이 수입하도록 설득 △행정명령 발동 후 180일 이내에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 마련 등이 담겼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미국 농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는 90% 이상이 GMO인 상황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GMO 재배가 처음 허용된 이후 전체 작물 중 제초제에 대한 내성과 해충 저항성을 가진 GMO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GMO가 가지는 위상이 낮아 이를 수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 등에서는 여전히 GMO를 불신하는 여론이 많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GMO를 활용한 식품 등에 대한 표시제를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 지난해 12월 GMO 표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미국산 GMO 수입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중국에서 GMO 수입 허가를 받으려면 동물 사료용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2010년 중국에서 GMO 수입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8개월 정도 소요됐지만 지금은 5~6년이 걸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이 무역협상에 앞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2017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GMO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가 국내에서의 GMO 반대 정서를 이유로 철회했다. 당시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 농업계는 향후 6년간 1조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에도 교역국들을 상대로 부당하게 GMO 수입을 억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 서명이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표밭인 아이오와 농업지대에서 미국 농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발표해 자신에 대한 지지세를 굳히려 한다는 것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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