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사진 토대로 분석…"양국 대통령이 서명 안해 효력 의문"
"이것이 멕시코 추가 합의"…'재탕' 비판에 문서 꺼낸 트럼프

이민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멕시코의 협상에서 별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합의가 있다며 기자들을 향해 문서를 꺼내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대략 3등분으로 접힌 종이 한장을 꺼내며 "여기에 합의 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나는 멕시코가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반응했으며 문서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접힌 종이 뒷면으로 내용 일부가 흐리게 비쳤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 언론인이 운영하는 웹 사이트 '화이트 하우스 워치'가 제공한 사진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있던 문서의 내용을 추정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기에는 이민자 문제에 관한 멕시코의 조치가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미국이 합의로부터 45일이 지난 후 판단하는 경우 멕시코는 그로부터 45일 이내에 합의가 실행되도록 국내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미국은 멕시코와의 의견 교환을 거쳐 효과 여부를 판단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중간에 식별되지 않는 단어 등이 있기는 하지만 난민 문제에 관한 "비용 분담" 등의 언급이 포함됐다.

문서는 이른바 '안전한 제3국' 합의 등 망명에 관한 합의와 관련됐을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추정했다.

이는 멕시코를 안전한 제3국으로 지정해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 대신 멕시코에서 망명을 신청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멕시코에 머무는 구상이다.

하지만 멕시코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양국 공동선언문에 이런 내용이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문서의 서명 일자를 이달 7일로 돼 있었고 양측 대표의 서명이 담겼다.

워싱턴포스트는 서명한 인물이 마릭 스트링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문제 담당 차관보와 알레한드로 셀로리오 알칸타라 멕시코 외교부 부법률고문으로 추정했다.

문서에 서명한 인물이 양국 대통령이나 외교 수장, 혹은 대사가 아니므로 법적인 효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얼마만큼 강제력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신문은 논평했다.
"이것이 멕시코 추가 합의"…'재탕' 비판에 문서 꺼낸 트럼프

역시 사진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을 향해 내보인 문서를 분석한 로이터통신은 난민이라고 주장하는 이민자 처리 과정에서 비용을 분담하는 지역적 접근 방식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또 "45일"에 관한 언급이나 멕시코가 합의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규를 검토하기로 약속했다는 설명도 포함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관세 및 이민 문제에 관해 멕시코와의 합의 사항을 7일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멕시코가 불법 이민 제한 강화를 위해 전례 없는 조처를 하며 남쪽 국경에 우선순위를 두고 전역에 국가방위군을 배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가 "이번 합의는 멕시코가 과거에 제안했던 내용으로, 지난 몇 개월간 양측이 협의한 사항"이라며 새로운 합의가 아니라는 취지로 보도하는 등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보도자료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한 가지는 이미 합의됐으며 적절한 시기에 발표될 것"이라고 반론했다.

하지만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공개되지 않은 이면 합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는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도록 국가방위군을 추가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11일 발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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