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관세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이번엔 프랑스산 와인을 정조준했다. 멕시코를 위협해 불법 이민 단속 약속을 받아낸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이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인도 등 다른 나라에도 무차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관세는 미국에 굉장한 경쟁 우위를 안겨준다”며 임기 내내 관세 위협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관세맨' 트럼프, 이번엔 "프랑스 와인 가만 안둔다" 으름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우리 와인에 관세를 많이 부과한다. 하지만 우리는 프랑스 와인에 거의 매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와인 생산업자들은 프랑스 와인이 거의 아무것도 물지 않고 미국에 들어온다고 불평한다”며 “이건 불공정하고, 우리도 뭔가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미국은 수입 와인에 알코올 함량 등에 따라 병당 5.3~12.7센트(약 63~151원)의 관세를 매긴다. 반면 EU는 미국산 와인에 병당 11~29센트(약 130~344원)의 관세를 부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EU와의 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의 와인 관세는 EU 차원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EU 양측은 지난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촉발된 갈등을 풀기 위해 무역협상을 준비 중이지만, EU는 농업 부문은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농업 분야 협상장에 끌어내기 위해 와인에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2017년 EU에서 와인을 45억달러어치 수입했지만 수출은 5억5300만달러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다른 관행에도 불만이 많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EU가 애플 페이스북 등 많은 미국 기업을 계속 제소하고 있다. EU가 우리 기업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냥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확신은 종교적 수준이다. 그는 이날 방송 인터뷰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이 CNBC에 나와 “관세 무기화는 우리 스스로를 해친다”고 비판하자 화가 나 직접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관세 부과를 지시하자마자 이틀 만에 멕시코와의 협상이 타결됐다. 만약 관세 부과가 없었다면 멕시코와의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미국은 그동안 관세를 활용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돼지저금통’이어서 모두가 우리 돈을 뺏으려 할 때 관세는 아름다운 것”이라며 관세 예찬론을 거듭 밝혔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웬 루 미국 TD증권 전략가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효과적인 무기로 쓸 것이라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도도 공격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인도는 우리 모터사이클에 100% 관세를 매긴다. 우리는 부과하지 않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전화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더니 50%로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50% 대 0%로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5일 인도에 부여해온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중단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