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10일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추구하는 홍콩을 지지한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2체제)는 결코 대만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홍콩에서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안’ 입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역대 최대 규모로 벌어진 가운데 차이 총통이 홍콩 시위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는 공기와 같아서 숨통이 막힐 때만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며 “대만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일국양제를 받아들이면 대만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지킬 권리를 잃고 우리의 미래를 선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고, 홍콩에는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차이 총통은 전날에도 트위터 등에 홍콩 시위 사진을 올리며 “일국양제 22년 만에 홍콩인의 자유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됐고, 과거에 자랑하던 현대적 법치제도도 점차 무너지게 됐다”며 “대만이 깊은 경각심과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세계에 ‘대만인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며 우리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크게 외쳐야 한다”고 했다.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12일 홍콩 입법회의 법안 표결을 앞두고 지난 9일 100만 명의 시민이 운집해 이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