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확실히 보장해줄 첨단무기 갖춰…극초음속 무기는 경쟁자 추월"
"러-일 평화조약 체결, 미-일 군사협력에 상당 정도 영향받아"
푸틴 "美가 '新전략무기감축협정' 연장않아도 러시아 문제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제안보체제 훼손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연례 '국제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현지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제 언론사 대표들과 한 면담에서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기 추진 등과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푸틴은 앞서 미국이 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ABM)에서 탈퇴했음을 지적하면서 "이는 국제 안보의 근간을 근본부터 뒤흔든 아주 심각한 첫 번째 행보였다"고 지적했다.

ABM 조약은 지난 1972년 미국과 옛 소련이 체결한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 협정이다.

지난 2001년 12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ABM 조약 탈퇴를 선언했고, 이듬해 6월 공식 탈퇴했다.

푸틴은 "이제 미국은 일방적으로 INF 조약 참여 중단을 결정하고선 그 책임을 러시아에 지우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INF 조약은 냉전 시절인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해 이듬해 6월 발효됐다.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와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푸틴은 이어 "지금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연장 문제가 현안"이라면서 "우리는 (협상) 준비가 돼 있다고 수도 없이 말해 왔지만 누구도 우리와 협상을 벌이지 않고 있다.

2021년이면 모든 것(조약 기간)이 종료되며 그러면 군비경쟁을 제한할 어떤 장치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New START는 2010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이 서명해 이듬해 2월 발효됐다.

양국이 2018년까지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운반수단(미사일과 폭격기 등)을 700기 이하로 줄이는 내용이 골자다.

2021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양측이 합의하면 협정이 5년간 연장될 수 있다.

푸틴은 미국 측이 New START 조약 연장을 원치 않으면 러시아도 연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로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안보를 앞으로 오랫동안 확실하게 보장해줄 만한 최신 (무기) 시스템들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으며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 개발에선 경쟁자들을 추월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일본 간 평화조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사실 이는 상당 정도 일본과 미국의 군사협력과 연관돼 있다"면서 일본이 자국 영토에 여러 종류의 미국 무기가 배치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일본과의 협력 관계 설정에서 미-일간 군사협력조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러-일 평화조약 체결 전망에 대해 푸틴은 "이는 협상의 대상이며 전문가들의 성급하지 않은 논의의 대상"이라면서 "양국은 (상호) 신뢰도를 높이고 그러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인해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푸틴은 러시아가 여야 대치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로 군인들을 파견했다는 주장과 관련, 베네수엘라와 체결한 합법적 무기 거래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이 전부이며 그곳에서 다른 일은 없다"면서 "우리는 그곳에 특별히 무엇을 건설하지도 않고 어떤 군사기지도 조성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내지도 않는다"고 부연했다.
푸틴 "美가 '新전략무기감축협정' 연장않아도 러시아 문제없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