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반(反)화웨이’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中 상용비자 발급 까다로워졌다…"체류기간 세부 일정 자필로 작성해야"
4일 여행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한 중국대사관은 전날부터 한국인의 상용(비즈니스용) 비자 발급 절차와 심사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중국 방문 상용비자를 새로 발급받으려면 명함을 첨부하도록 하고 자필서명과 도장날인, 옛 여권 중국 방문 기록, 체류 기간 일별 세부 일정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중국 외교부로부터 위임받은 기관의 초청장을 받은 경우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추가했다.

여태까지는 대행업체가 대필하거나 대략적인 개요만 작성하면 문제없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대사관의 지정 여행사인 H사 관계자는 “상용비자를 신청하러 왔다가 바뀐 기준에 맞춘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돌아간 고객이 오늘 하루만 여럿 있다”며 “일반 관광비자도 전과 다르게 일정표를 제출하도록 해 관광객에 대한 기준도 강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R사 관계자는 “주한 중국대사관 측에서 서류를 대신 작성하다가 적발되면 여행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도 있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조치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반화웨이 전선 동참을 요구받고 있는 시점과 연결짓고 있다. 사실상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압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2017년 한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후에도 이와 비슷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표면적으론 비자 발급 절차상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는 “중국 정부에 문의한 결과 ‘최근 비자 신청 시 위조서류를 제출하는 사례가 빈번해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비자 신청자가 기존에 제출해 온 서류를 보다 철저히 심사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공통으로 심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추가로 요구하는 서류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장 중국과의 거래가 많은 국내 기업들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 비즈니스 출장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 3일부터 사내 임직원들에게 ‘중국의 상용비자 발급 제한’과 관련한 긴급 공지를 띄우고 있다.

관광객들도 달라진 기준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중국 여행을 앞두고 있던 직장인 김모씨(30)는 “처음에는 여행사에서 비자 신청 작업을 대행해주겠다고 했는데, 어제 급작스럽게 서류를 직접 도장날인까지 해서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임락근/이선우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