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에 ‘당근과 채찍’을 같이 내놓고 있다. 중동에 배치된 미군이 모의 폭격 훈련을 하면서 ‘위력 시위’를 한 날 미 행정부는 “이란 지도부와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2일(현지시간) 미군 공중 전력이 걸프 해역에서 모의 폭격 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훈련에는 미군이 지난달 중동에 새로 배치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호와 B-52 폭격기 등이 동원됐다.

미국은 같은 날 이란에 대화도 제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스위스 벨린조나에서 아그나시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지도자들과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강경한 태도를 계속 고수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인 야흐야 라힘 사파비는 이날 “걸프 해역에 있는 미군 군함은 이란혁명수비대의 미사일 사정거리 안에 있다”며 “양측이 충돌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고, 미국은 물론 유럽 한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은 말장난에는 관심이 없다”며 “미국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거론하는 것은 (이란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기존 의도를 새로운 말로 포장했을 뿐”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