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 경기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인도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9개월 안에 글로벌 경제 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락하는 신흥국 경기…"9개월 내 글로벌 침체 우려"
인도 통계청은 최근 전년 동기 대비 지난 1분기 성장률이 5.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6.3%를 크게 밑돈 수치다. 또 지난해 4분기 성장률 6.6%보다도 낮다.

현지 매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로 불리는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년 만에 중국에 뒤진 것에 주목했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6.4%였다. 인도의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경제성장률도 6.8%로 전년 7.2%보다 떨어졌다.

터키 경제도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터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였다. 작년 4분기 -3.0%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터키 통계청은 “리라화 가치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개인 소비와 주택 투자 등이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남미 최대 경제 대국 브라질도 전 분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이 -0.2%로 나왔다. 브라질은 2분기에도 성장세가 회복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올해 성장률은 1%대 초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동남아시아 1위 경제 대국 인도네시아도 예상보다 저조한 1분기 성적표를 내놓았다. 인도네시아 통계당국이 발표한 1분기 성장률은 5.07%로 전문가들이 예측한 5.18%에 못 미쳤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 -0.52%로 지난해 4분기(-1.69%)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모건스탠리는 2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에 대해 추가 관세 보복에 나설 경우 3개 분기 안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은 지난달 10일 3250억달러(약 385조6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체탄 아야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1년 안에 글로벌 경기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위협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