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기업의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 기업 등에 대해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만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등을 ‘거래 제한’ 목록에 올린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도 맞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앞으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이 명단엔 중국 기업에 봉쇄 및 공급 중단 조치를 하거나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 기업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상무부는 구체적인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가오 대변인은 “일부 외국 실체들이 비상업적 목적에서 정상적인 시장 규칙과 계약 정신을 위배하는 행위를 중국 기업에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특정 국가나 기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외신들은 중국의 조치가 발표되면 애플, 나이키 등 미국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양국 경제가 모두 둔화될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이어 미국산 대두(콩) 수입까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강연에서 “만약 인플레이션이 목표(2%)를 지속해서 밑돌거나, 글로벌 경제·금융 상황이 기본 경제 전망을 크게 하회할 위험을 보이면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클라리다 부의장이 경기가 나빠지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 활동도 예상보다 더 빨리 위축되고 있다. 중국 5월 제조업 공식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집계됐다. 4월의 50.1보다 0.7포인트 떨어져 지난 2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경기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 무역전쟁 탓에 PMI 구성 요소 중 수출과 수입 주문이 나란히 급감했다. 수출 주문 지수는 46.5로 1개월 전보다 2.7포인트 하락했고, 수입 주문 지수는 47.1로 2.6포인트 내렸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