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국에 대한 견제에 힘을 합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중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기 위해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귀책사유가 중국 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견제 목적의 ‘인도·태평양 구상’ 실행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27일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마찰과 관련, “수천억달러 규모 관세가 걸린 문제”라며 “(지금까지 상황은) 중국은 합의를 보고 싶어 했지만 미국은 (성급한) 합의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양국 간 적잖은 경제 출혈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을 지속하는 이유로 불공정한 중국의 경제 관행을 지목했다. 무역전쟁의 책임이 중국 측에 있다는 시각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의 대규모 보조금 지급 등으로 애국자인 미국 농부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며 “하지만 국가 보조금 따위를 원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길 바라는 미국인의 요구를 (나는) 등한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처럼 비싼 관세를 계속해서 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도 많은 기업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중국과의 협상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 지원사격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세계 경제 1·2위인 미국과 중국 간 안정적인 경제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두 나라가 대화를 통해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중국 측에 ‘맞불작전’으로 분쟁을 키우기보다는 미국과의 타협을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두 나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진출을 견제하기 위한 구상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실행도 가속화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아베 총리는 “미국과 일본은 인도·태평양 구상의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미국과 일본은 인도와 호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프랑스 등 관련국과의 결속을 강화하고 협력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협력국 중에선 한국을 제외해 최근의 냉랭한 한·일 관계를 반영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 내내 “미·일 동맹은 매우 굳건하며 반석 위에 오른 모습”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파트너로서 세계평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수차례 반복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