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의 글로벌 컴퍼니]이젠 인수자도 못 찾는 英 브리티시스틸
영국 2위 제철사 브리티시스틸이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아무도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브리티시스틸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그레이불캐피탈은 3년 전 단돈 1파운드(약 1500원)에 인도 타타스틸로부터 이 회사를 샀다. 회사 상황은 3년 전보다 나쁘다.

26일(현시지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리티시스틸의 파산 절차를 담당하는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을 통해 공식적으로 이 회사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아직까지 한곳도 없다. FT는 “잠재적 구매자들이 관심을 표명했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인 접근은 없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심은지의 글로벌 컴퍼니]이젠 인수자도 못 찾는 英 브리티시스틸
브리티시스틸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 22일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영국 정부에 긴급 융자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처음엔 7500만파운드(1100억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고 이후 3000만 파운드로 액수를 낮췄지만 이마저도 지원받지 못했다. 사모펀드가 주인인 이 회사에 공적 자금을 쏟아붓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컸다. 정부가 아무리 지원해도 결국 회생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브리티시스틸은 영국의 쇠락한 제조업을 상징하는 회사다. 한때 세계 최고였던 영국 철강 산업이 쇠퇴하자 영국 정부는 1967년 여러 철강업체들을 합병해 국영 철강사를 세웠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실적이 악화됐고 마가렛 대처 총리가 1988년 다시 회사를 민영화했다.
브리티시스틸은 1999년 네덜란드의 철강사와 합병하는 길을 택했다. 이때 세계 9위의 철강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일본, 한국 등 신흥국을 따라잡지 못했고 2006년 인도의 타타스틸이 인수했다. 불과 반세기 전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가 영국의 핵심 산업을 인수한 셈이다. 인도 타타스틸은 2016년 사모펀드인 그레이불캐피탈에 이 회사를 넘겼다.

브리티시스틸의 파산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안그래도 철강산업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철강 관세까지 추가 부과되는 상황이어서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청산 절차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구매자들이 언제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고 했다. 구매 후보군으로는 영국계 사모펀드 엔드레스와 영국 철강업체 리버티하우스, 인도 JSW스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