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까지 집행위원장 후보 결정…7월 유럽의회서 인준투표
'빅5' 인선 국가 안배에 남녀 성비도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


유럽연합(EU)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를 구성하는 의원 751명을 선출하는 선거가 26일 끝남에 따라 EU는 주요 기관의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논의를 조만간 본격화할 예정이다.

향후 5년간 EU를 이끌 EU의 권력개편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유럽의회의 새판짜기 = 먼저 유럽의회 의원을 배출한 각 회원국의 정당들은 정치적 이념을 바탕으로 합종연횡을 통해 유럽의회 내 정치그룹을 결성하게 된다.

EU 전체 회원국의 4분의 1인 7개 이상의 회원국에서 25명의 의원이 참여하면 독자적인 정치그룹을 결성해 유럽의회에 교섭단체로 등록할 수 있다.

유럽의회 선거는 각 회원국의 선거법에 따라 회원국별로 선출되지만, 의원들의 활동은 정치그룹을 토대로 이뤄진다.

본회의장이나 위원회의 좌석도 출신국이 아니라 정치그룹별로 배치된다.

유럽의회에 진출한 정당들은 정치그룹을 결성한 뒤 내달 24일까지 교섭단체로 등록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때까지 정당 간 '짝짓기'가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EU 권력재편 시동…EU 정상, 28일 집행위원장 등 인선논의 착수
지난 제8대 유럽의회의 경우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계열,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S&D) 계열 등 모두 8개의 정치그룹이 활동했다.

이번 9대 유럽의회에서는 프랑스의 국민연합(RN), 이탈리아 '동맹',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반(反)난민·반(反)EU를 주장하는 극우·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새로운 정치그룹을 결성할지 주목된다.

제9대 유럽의회는 오는 7월 2일 개원식을 갖고 임기 5년을 시작하게 되며 첫 본회의에서 유럽의회 의장과 14명의 부의장을 선출하게 된다.

◇'태풍의 핵' EU 집행위원장 선출 =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인 EU 정상회의는 오는 28일 브뤼셀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고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의장 등 '빅5' 인선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EU 빅5는 EU 정상회의 의장과 집행위원장 이외에 EU 입법기관을 대표하는 유럽의회 의장, EU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을 일컫는다.

빅5 인선은 국가별 안배가 철저하게 적용돼 강대국과 약소국, 남북유럽 간, 초기 EU 멤버와 후발 가입국 간 균형을 유지하도록 조정해왔다는 점에서 난해한 고차방정식이 될 전망이다.

이번엔 남녀 비율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 늘었다.
EU 권력재편 시동…EU 정상, 28일 집행위원장 등 인선논의 착수
가장 관심을 끄는 자리는 집행위원회를 총괄하는 집행위원장 자리다.

집행위는 28개 EU 회원국 정부로부터 독립돼 EU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조직으로 EU 법안의 제안과 이행, 예산의 관리 및 집행 등 EU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기관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2009년 12월 발효된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은 EU 회원국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집행위원장 선출과 연계하도록 규정, 집행위원장 직선제 효과를 가미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권을 가진 EU 정상회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치그룹의 '대표후보'(슈피첸칸디다텐)를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의무사항은 아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일부 회원국 정상들은 슈피첸칸디다텐 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EU 정상회의가 독립적인 추천권을 행사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후보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이어 EU는 내달 20~21일 정례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EU 지도부와 회원국 정상들은 활발한 물밑 접촉을 통해 일차적으로 그때까지는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할 대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정상회의가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해 추천하면 유럽의회는 오는 7월 본회의를 열어 집행위원장 인준투표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행위원장 후보는 본회의에서 과반수(376석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공식 선출된다.

이후 집행위원장은 각 회원국 정상들과 협의해 회원국에서 1명씩 집행위원을 추천받아 집행위원단을 구성하며 유럽의회에서 오는 9~10월께 위원회별로 집행위원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집행위원단에 대한 임명 동의를 거치게 된다.

집행위원단 임명동의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하면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에서 취임연설을 한 뒤 오는 11월 1일부터 새 집행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EU 정상회의는 집행위원장 후보 인선과 함께 나머지 빅4에 대한 인선도 병행하게 된다.

유럽의회 의장의 경우 유럽의회가 오는 7월 2일 개원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할 예정임에 따라 가장 서둘러 결정돼야 할 자리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도 연말에 임기가 끝나는 만큼 집행위원장 인선과 맞물려 진행될 전망이다.

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경우 집행위 부위원장을 겸직하게 돼 있어 집행위원단 구성 때 함께 고려될 것으로 관측된다.
EU 권력재편 시동…EU 정상, 28일 집행위원장 등 인선논의 착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