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탈리아·佛·日 4개국 동맹
카를로스 곤 체포 후 급물살
세계시장 위기에 생존 몸부림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르노자동차와 합병을 포함한 광범위한 제휴를 위해 협상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 위축에 대응하고, 자율주행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등 신기술에 공동 투자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FCA가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 연합에 합류하면 미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을 잇는 세계 최대 자동차연합이 등장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CA가 르노와 폭넓은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양사가 자동차 플랫폼과 기술 자원을 공유하는 방안을 최근 몇 주간 논의해 왔다”며 “궁극적으로는 FCA가 르노-닛산-미쓰비시연합에 합류하는 것도 ‘하나의 가능한 결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양측이 최종 합의에 도달할지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양측이 제휴하기로 합의한다면, 조만간 성사될 수 있다”고 했다. 이 협상은 몇 년 전 시작됐으나 그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1월 카를로스 곤 당시 르노닛산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된 뒤 가속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트-르노 車동맹 추진

피아트-르노 합치면 단숨에 '세계 최대 車연합군'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각각 대표하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르노의 제휴 논의는 유럽은 물론 세계 자동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포커스투무브(focus2move)에 따르면 FCA가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 연합에 들어간다면 연간 1560만 대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연합이 된다. 현재 1위인 폭스바겐은 작년에 1080만 대를 팔았다.

FCA와 르노의 제휴 논의는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가 둔화하는 등 신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또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업체들은 신모델과 신기술을 개발하는 비용을 분담할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아왔다. 최근 일본 도요타가 출시한 스포츠카 5세대 수프라는 독일 BMW의 Z3 플랫폼을 그대로 들여와 개발한 차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CA와 르노는 그동안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민 자긍심에 기대 독자 생존해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협력의 이점이 자긍심을 넘어서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FCA도 파트너십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갑작스레 타계한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FCA 최고경영자(CEO)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제너럴모터스(GM) 등 다른 업체와의 합병을 꾸준히 추진했다. 뒤를 이은 마이크 맨리 CEO는 지난 3월 “우리를 더 강하게 하는 파트너십이나 합병 등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WSJ는 FCA가 르노뿐 아니라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과도 제휴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PSA그룹은 푸조와 시트로엥 등을 생산하고 있다. 존 엘칸 FCA 회장은 PSA 등을 포함해 경쟁사 대표들과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트는 2009년 파산한 미국 크라이슬러 지분을 인수했으며, 2014년 합병해 FCA를 세웠다. 지주회사인 이탈리아 엑소르는 FCA 지분 29%를 소유하고 있다. 르노와 FCA가 제휴하면 르노와 닛산의 관계도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아트가 르노닛산연합에 합류하면 연합의 균형이 바뀐다”며 “닛산의 영향력은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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