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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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부의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중간 무역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한국 외교부에 여러 채널을 통해 화웨이 장비에 보안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미측은 5G 장비 보안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우리도 이런 입장을 알고 있다"면서 "한미 양국은 동 이슈에 관해 지속 협의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백도어(인증받지 않고 전산망에 들어가 정보를 빼돌릴 장치)를 설치했다가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기밀을 탈취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업계는 미국이 보안문제를 거론하지만,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견제에 일본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파나소닉은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했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한 것과 관련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통신사인 KDDI와 소프트뱅크는 전날 24일로 예정됐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 발매 계획을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NTT도코모도 올해 여름 발매 예정이었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예약 접수를 중단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한 때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라 국내 통신사 KT가 작년 10월 발매한 화웨이의 스마트폰 재고가 소진되면 화웨이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보도했지만, KT 측은 "검토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화웨이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제보복을 우려하는 기류가 깔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미국과 중국간 힘겨루기에서 중간에 끼어 한국이 피해를 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추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2016년 7월 한국에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는데, 이를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중국이 한국에 보복조치를 한 바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할 예정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다면, 지난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인 한국으로서는 외면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중에는 LG유플러스가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등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