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이란 원자력청(AEOI)은 이란 남부 나탄즈에 있는 핵시설에서 저농축우라늄 생산 속도를 네 배로 높였다고 밝혔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AEOI 대변인은 “불과 몇 주 안에 저농축우라늄 (저장한도량인) 300㎏을 넘길 것이고, 향후 생산 속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며 “이는 이란의 상대국에 이란이 기존 원심분리기만 갖고도 핵기술을 충분히 보유할 수 있음을 보내는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이번에 생산한 저농축우라늄은 농도 3.67% 수준으로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와 경수로 등의 연료용으로 쓰인다. 핵무기를 만들려면 통상 농도 90% 이상인 고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란이 원심분리기 수를 늘렸거나 종류를 바꾼 것은 아니며, 농축우라늄 농도가 증가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 이란핵협정(JCPOA)을 아주 깬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란은 핵협정 당시 2025년까지 기존 가동중인 구형 원심분리기 수를 5060기까지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이를 통해 우라늄을 3.67%까지만 농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란은 핵협정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겨놨다. 농축우라늄 300㎏은 이란핵협정에 따라 이란이 2030년까지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저장한도량이라서다. 이란은 앞서 지난 8일에도 핵협정에서 약속했던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란이 기존 원심분리기 전체 용량을 사용하고 가동 시간을 늘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저농축우라늄 생산량을 기존의 3배 수준까지는 올릴 수 있으나 그 이상으로 생산 규모를 급격히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데에는 약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란의 이번 발표는 미국과 유럽연합(EU)를 겨냥한 압박 공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란이 저장한도를 지키길 바란다면 유럽 국가들이 최대한 빨리 조치에 나서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핵협정의 유럽 서명국과 EU는 이란과 유럽 기업이 교역할 수 있는 금융전담회사 인스텍스를 지난 1월 설립했으나 수개월째 사실상 운영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달 초에도 유럽 핵협정 서명국 등에 핵협정 당시 약속한 경제지원책을 따르라고 요구했다. WSJ는 “EU가 이란이 핵협정 일부만을 파기한다고 해서 대응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