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외교장관 미국 연설 "현 체제 불만 미국도 옳고 1등 노리는 중국도 옳다"
기존체제 수정 과정에서 "초강대국 중국 권리 인정해야"…미·중간 "건설적 경쟁" 촉구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십자포화에 갇힌 아시아 경제 소국들을 대변해 미국이냐 중국이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하고 싶지 않다며 미·중간 무역전쟁의 원만한 해결과 "건설적 경쟁"을 호소했다.
미·중경쟁에 등터지는 새우들의 비명 "양자택일 강요 마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15일(현지시간) 연설한 비비안 발라크리시난 장관의 호소는 싱가포르가 속한 동남아지역 뿐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전전긍긍하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의 속내를 대변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현 체제에 대해 자국보다는 중국에 유리하다며 문제삼는 것도 옳고 중국이 세계 1등이 되려 하는 것도 옳다며, 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인정하고 중국 몫을 반영한 새로운 국제 질서를 "좀 더 조용한 논의"를 통해 짜야 한다는 그의 해법은 현재 미국의 초당적인 반중 분위기와는 어긋난다.

발라크리시난 장관은 미·간 무역협상의 타결 지연으로 인해 두 초강대국 이익의 교차점에 있는 동남아 시장들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대하고 있어 크게 걱정된다며 "중간에 있는 우리 같은 소국들로선, 억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미국과 싱가포르 언론들이 보도했다.

"따라서 우리는 양측이 전략적 대응에 나서, 국제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비중 증대를 고려해 상호 정당한 이익을 수용한 길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미국 매체인 블룸버그닷컴은 발라크리시난 장관이 미국에 중국의 굴기를 인정하라고 촉구한 대목을 부각한 데 반해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미국과 중국 간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들'의 비명을 전하는 것을 우선했다.

발라크리시난 장관은 미국이 중국을 봉쇄(contain)할 적으로 보는 전략은 지난 70년간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아래서 이룬 성과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내가 호소하는 것은, 미국이 배전의 노력을 통해 그 성과를 (중국과) 함께 거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싱가포르는 미국이 계속 (동남아에) 남아있는 것을 원하고 또한 중국도 초강대국으로 발전에 상응하는 정당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원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중국이 현재의 미국 주도의 세계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만큼 대놓고 이 체제를 훼손하려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다만 현 세계 질서가 수십 년 전 처음 만들어질 당시 그에 참여하지 못했던 중국이 기존 규범과 절차, 제도의 진화 과정에서 이를 수정하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중국 입장에선 전적으로 정당한 기대"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