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 조치 발표에 맞춰 미국산 돼지고기 주문을 대량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농축산물을 겨냥해 본격적인 보복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구매업체들은 지난 9일 미국산 돼지고기 3247t의 주문을 취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 트윗을 통해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일부터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것이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이번 물량은 최근 1년여 사이에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주문 취소다. 올 들어 중국은 2월 28일에 53t, 3월 21일 999t, 4월 18일에 214t의 미국산 돼지고기 주문을 취소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무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홍콩을 포함한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였다. 미국 중서부 농업지대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중국 정부가 보복 수단으로 미국산 농축산물 구입을 대거 취소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로이터는 “이번 주문 취소는 65억달러(약 7조7600억원)에 달하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출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지속될 수 있어 미국 농가가 입는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