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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랫동안 TV화면에 게임기를 연결해 즐기는 콘솔게임 시장의 강자였습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MS의 ‘엑스박스’는 콘솔게임기의 대표주자로 꼽혀왔습니다. 한국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플스’ ‘엑박’ 등의 약칭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한 때 게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회사가 주전장이었던 게임 시장에서 손을 잡았습니다. 두 회사가 힘을 합치기로 한 분야는 ‘집토끼’라고 할 수 있는 콘솔 게임이 아니라 ‘산토끼’격인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게임시장의 큰 축이 이미 콘솔게임기에서 클라우드 게임으로 옮겨간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소니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서비스와 인공지능(AI)분야에서 협력키로 하는 제휴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이 미국을 방문해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만나 전략적 제휴 조인식도 가졌습니다. 미국 구글 등이 주도하고 있는 클라우드 게임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입니다.

두 회사는 5세대(5G)이동통신이 확산되면 클라우드 게임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두 회사는 MS의 데이터 센터를 활용해 공동 서비스를 개발키로 했습니다. 고해상도 게임영상이 끊김 없이 구현되려면 전용 게임기보다 슈퍼컴퓨터 성능을 지닌 데이터센터가 유리하다고 합니다. MS는 그동안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글로벌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가 콘솔 시장의 라이벌 이었던 소니와의 연대입니다.

두 회사는 또 소니가 글로벌 시장의 50%이상을 장악한 이미지센서와 MS의 AI기술을 연동하는 데도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눈’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와 ‘머리’역할을 하는 AI를 조합해 관련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입니다. 소니의 TV나 AI스피커에 MS의 AI를 탑재하는 것도 고려키로 했습니다.

소니와 MS는 닌텐도와 함께 게임전용기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스마트폰 게임이 확산되면서 콘솔게임 시장 자체의 성장성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입니다. 여기에 구글과 애플 등이 클라우드 게임서비스에 참여하겠다고 표명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됐습니다.

소니와 MS는 오랫동안 콘솔게임시장의 강자였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임시장에선 도전자에 불과합니다. 새 시장에서 이들 두 회사는 ‘기득권’이 전혀 없으며, 콘솔 시장의 강자라는 것은 오히려 이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짐’이 될 확률도 높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라져간 피쳐폰 시대의 거인이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모습이 얼핏 떠오르기도 합니다. 예상하기 힘든 방향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장의 모습은 경외감마저 줄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게임시장이 시장의 역동성과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주자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과연 소니와 MS의 클라우드 게임 시장 도전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