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넘어 세계 곳곳서 충돌…남중국해부터 아프리카까지 '쟁탈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다음날인 지난 6일, 미국은 군함 두 척을 남중국해에 보내 항해하도록 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며 미 군함에 즉각 물러가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주기적으로 펼치고 있는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고 밝혔지만 중국은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중국이 급속히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적·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자 미국이 본격 견제에 나섰다.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면서 미·중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선 일촉즉발 대치

남중국해는 미·중이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는 곳이다. 작년 9월엔 양국 군함이 40m 거리까지 근접하며 무력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 맞닿아 있는 남중국해는 서태평양과 인도양, 중동을 잇는 해상 물류 중심지다. 세계 해양 물류의 약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지난다. 금액으로는 한 해 5조3000억달러(약 5954조원)에 달한다. 남중국해는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석유 매장량은 최소 110억 배럴, 천연가스는 190조 입방피트로 추정된다.

남중국해 해역 90%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은 인공섬을 조성해 활주로와 항공기 격납고 등을 지었다. 지대공 미사일과 발사 차량, 레이더 등도 배치했다. 미국은 이 해역을 중국 영해로 인정하지 않고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전략폭격기 편대를 남중국해 상공에 잇달아 보내고 구축함을 동원해 남중국해 인공섬 부근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놓고서도 맞서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입김을 약화시킨다는 의도다. 미국은 인도 일본 호주와 손잡고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쟁탈전

미국과 중국은 각각 자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아르헨티나와 파나마를 잇달아 방문해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와는 30여 개의 투자협정을 체결했고 파나마에는 150억달러가 넘는 차관과 투자 보따리를 안겼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에콰도르에도 각각 620억달러, 420억달러, 170억달러에 이르는 차관을 제공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자메이카와 니카라과, 바베이도스, 가이아나, 그레나다에 철도 항만 공항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수조원을 쏟아부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바하마, 도미니카공화국, 자메이카, 세인트루시아, 아이티 등 카리브해 정상들을 플로리다에 있는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리조트에 초대해 에너지 분야 투자를 논의했다.

중국이 공들여온 아프리카를 놓고선 미국이 공세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아프리카 국가 정상급 인사 53명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60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중국이 뇌물과 모호한 협약, 빚을 이용해 아프리카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둘러싸고도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대만과의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대만여행법’을 제정하고 이달엔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시 주석이 집권한 뒤 적극적으로 대만 끌어안기에 나섰던 중국은 외부 세력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며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