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숙련 노동자를 우대하는 등 ‘능력 기반’을 중요시하는 이민법 개정을 추진한다. 그동안 과다한 이민자들을 수용하게 한 가족 기반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미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국경 경비 강화와 고학력·고숙련 노동자 이민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민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전체 미국 이민자 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가족 기반 이민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 이민을 늘리자는 취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로또’라고 비판해온 추첨제 이민도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오랜 골칫거리인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칼을 빼들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당초 외국에 가족이 있는 자국민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가족 초청 이민 등 혈연을 기반으로 한 이민 중심 제도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중남미 국가 출신 등의 이민자 한 명이 가족 수십 명을 초청하는 등 제도를 남용하는 경우가 많아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뉴욕에서 발생한 지하철 폭파 미수 사건 범인이 가족 초청을 통해 이민 온 외국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 공분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역점 정책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도 본격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이민의 22%를 차지하는 인도적 사유에 따른 이민자 비율을 낮추기 위해 망명 심사 절차도 개정할 방침이다.

미국 정부 집계에 따르면 10만 명이 넘는 불법 이민자들이 지난달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은 후 체포됐다. NBC뉴스는 미 국방부가 넘쳐나는 불법 이민자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토안전부를 위해 국경지대 여섯 곳에 이민자 약 7500명을 수용할 텐트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