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긴장 고조 속에 영국군 장성 "이란발 위협 증가 없다"
'이란발 위협' 놓고 미·영 이견…"즉각적 위협" vs "변화 없어"
'이란발 위협'의 실체를 놓고 동맹국인 미국과 영국이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이란으로부터의 위협을 연일 경고하며 중동에 항모전단과 패트리엇 포대까지 파견한 데 반해 영국은 중동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없다며 이란의 위협을 축소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연합군 작전인 '내재적 결의'(Inherent Resolve) 작전의 부사령관인 영국군 크리스 기카 소장은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위협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주둔하는 기카 소장은 이날 미국 국방부 출입기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이란의 위협이 커졌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들의 위협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연계된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민중동원군'(PMF)과 관련해 "태세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이란발 위협을 강조하며 중동에 항모전단과 폭격기 등을 파견한 미군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당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이란 정부군에 의한 신뢰할만한 위협 징후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떤 징후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기카 소장은 그러나 "우리가 백악관과 보조가 맞지 않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발언의 양국의 이견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기카 소장의 발언이 나온 후에도 미군은 이란으로부터 '즉각적인 위협'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미군 중앙사령부의 빌 어번 해군 대령은 "(기카 소장의) 최근 발언은 미국과 동맹국이 확인한 믿을 만한 위협의 존재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번 대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에 가해질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즉각적 위협'을 계속 긴밀히 모니터하고 있다"며 연합군이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란의 위협을 놓고 미국과 동맹국이 엇갈린 발언을 하면서 미국의 최근 대(對)이란 강경책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기카 소장의 발언, 그리고 미국이 (이란 위협의) 세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타당한 이유 없이 중동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론자들의 의심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발 위협 실체에 대한 이같은 견해차는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데 대한 유럽 동맹국의 불만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13일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외무장관과 만나 이란발 위협에 맞선 공조 방안 모색에 나섰으나 서로 이견만 노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개국 외무장관들은 특히 이란과의 핵 합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합의를 탈퇴한 미국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최근 고조된 미·이란 간 군사적 대치 국면 역시 진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