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결시 '노 딜' 또는 '노 브렉시트' 불가피" 압박
英 야당, 한목소리로 "EU 탈퇴협정 이행법안 부결" 경고

영국 정부가 오는 6월 초 브렉시트(Brexit)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기로 했지만, 야당은 물론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부결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법안 부결 시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않고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나 아예 브렉시트를 하지 못하는 '노 브렉시트'에 처할 수 있다며 찬성을 압박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전날 테리사 메이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의 만남 뒤 상황을 전하면서 정부가 6월 3일이 시작되는 주에 하원에 EU 탈퇴협정 이행법률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월요일에는 하원이 열리지 않고, 메이 총리가 6일에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만큼 6월 4∼5일에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탈퇴협정 이행법안은 영국과 EU 간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법안을 말한다.

탈퇴협정에 포함된 '이혼합의금' 지급, '안전장치'(backstop) 발동, 상대국 거주국민 권리보호 등을 구체적인 법안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비록 노동당과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여름 의회 휴회기 이전에 브렉시트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6월 초 법안 상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이행법률안 심의 및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하원은 두 차례 승인투표를 모두 부결시킨 데 이어 브렉시트 합의안 중 EU 탈퇴협정만 따로 떼 실시한 표결에서도 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승인투표를 건너뛰고 바로 EU 탈퇴협정 이행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만약 EU 탈퇴협정 이행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승인투표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의회 내에서는 여전히 정부 측에 반대하는 기류가 높다.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의 나이절 도즈 하원 원내대표는 메이 총리가 '안전장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법안은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장치'는 종료시한이 없는 데다, 영국 본토와 달리 북아일랜드만 EU의 상품규제를 적용하게 돼 보수당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DUP가 계속해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자유민주당, 노동당 내 EU 잔류 지지자들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확정 국민투표'(confirmatory referendum) 개최를 약속하지 않으면 역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어떤 형태의 브렉시트도 스코틀랜드의 일자리와 공공 서비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소속 의원들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승인투표에서 번번이 메이 총리의 발목을 잡았던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도 법안 부결을 예고했다.

영국 의회 규약상 동일회기 내에 같은 사안을 하원 투표에 재상정할 수 없는 만큼 만약 이번 EU 탈퇴협정 이행법안이 부결되면 메이 총리는 이를 또다시 표결에 부칠 수 없다.

새로운 회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메이 총리가 사퇴해야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단 정부는 법안이 부결되면 '노 딜' 브렉시트나 '노 브렉시트' 밖에 선택지가 없다며 압박하고 있다.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내 동료들이 기회를 잡기를 원한다.

(이행법안 통과는) 유권자들의 명령이며, 만약 통과되지 못했을 경우에 정치적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