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변호인 "검찰 결정에 놀랐다…어산지, 미국 송환 우려"

스웨덴 검찰은 13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예비수사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바 마리 페르손 스웨덴 검찰 차장은 이날 스톡홀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웨덴 검찰의 이 같은 결정내용을 밝힌 뒤 어산지가 주(駐)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을 떠났기 때문에 성폭행 혐의 수사를 재개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스웨덴에서의 성폭행 혐의로 지난 2011년 영국에서 체포됐다가 보석을 받고 풀려난 뒤 지난 2012년 6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도피해 생활해왔다.

이라크 전쟁 관련 자료 및 미 국무부의 외교 기밀 문건 수십만 건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한 어산지는 그동안 스웨덴으로 송환되면 미국으로 넘겨져 간첩 혐의로 사형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송환을 거부하며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최근까지 사실상의 망명 생활을 해왔다.

스웨덴 검찰은 어산지의 계속되는 도피로 수사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2017년 5월 어산지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예비수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지난달 에콰도르 대사관이 어산지에 대한 보호조치를 철회하고 영국 경찰의 진입을 허용해 영국 경찰이 어산지를 체포,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이번에 수사 재개를 결정했다.

지난 2010년 어산지가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어산지가 영국 경찰에 체포된 직후인 지난달 11일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스웨덴 검찰에 성폭행 혐의에 대한 수사 재개를 요구했다.

영국 법원은 지난 1일 어산지에 대해 보석조건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50주를 선고했다.

스웨덴 검찰의 이번 결정에 따라 영국 측이 어산지의 신병을 스웨덴에 넘길지 주목된다.

한편, 어산지의 스웨덴 변호인은 이날 성폭행 혐의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기로 한 검찰의 결정에 대해 "매우 놀랐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스웨덴 공영방송 SVT가 전했다.

그는 "어산지는 늘 스웨덴의 (성폭행) 혐의를 해결하는 것을 돕기를 원했지만 (이라크 전쟁 관련 등 미국 외교기밀을 폭로한) 언론인으로서의 미국 내 활동으로 인해 미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주장했다.
스웨덴, 어산지 성폭행 혐의 수사 재개키로…英, 신병 인도 주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