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곡물유통 기업을 일컫는 이른바 ‘ABCD’에서 최근 경영진 교체가 잇따르고 있다. ABCD는 미국의 아처대니얼스미드랜드(ADM), 벙기(Bunge), 카길(Cargill)과 프랑스의 루이드레퓌스(LDC)를 가리킨다. 이들 ‘빅4’는 세계 곡물 유통량의 75%가량을 과점하고 있다. 세계 곡물 경기가 나빠지자 위기 극복을 위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사령탑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의 글로벌 곡물유통기업…CEO 대거 교체
미국 벙기는 8일(현지시간) 존 넵플을 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규모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오는 29일에는 그레그 헥맨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정식 취임한다.

프랑스 루이드레퓌스는 작년 9월 CEO를 곤잘로 라미레즈 마르티아레나에서 이안 매킨토시로 바꿨다. 지난달엔 곡물플랫폼 총책임자 등 임원급을 대거 물갈이했다. 자회사인 설탕 기업 바이오세브의 회장도 바꿨다.

세계 1위 카길과 미국 아처대니얼스미드랜드는 지난달 각각 글로벌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책임자급 임원을 새로 앉혔다. 미국의 가빌론도 지난달 스티븐 제어를 새 CEO로 선임했다.

글로벌 농업전문은행 라보뱅크의 스티븐 니콜슨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초대형 곡물유통 기업에서 경영진 교체 사례가 급증한 것은 최근 5년간 농업·곡물시장이 이전만큼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농업시장에선 최근 수요와 공급 모두 변동성이 커졌다. 주요 곡물 생산지인 남아메리카 등이 기후변화를 겪으면서 생산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주요 곡물 수요국인 미국, 중국, 멕시코 등은 서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곡물 선물시장의 가격지수는 1977년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윗을 올리자 미국 곡물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곡물시장에서 올릴 수 있는 수익률도 과거보다 낮아졌다. 과거 곡물거래 시장은 증권시장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정보공개 등이 투명해지면서 곡물의 지역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내기가 힘들어졌다. 니콜슨 연구원은 “예전보다 이익이 줄어들면서 곡물 유통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압박이 커진 상태”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