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A+학점을 받았고, 중국은 B학점의 무난한 점수를 얻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낙제를 면치 못했습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증가율과 관련해 각 국가가 거둔 성적표입니다. 이제 관심은 일본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과연 일본은 올 1분기에 경제 분야에서 어떤 점수를 받았을까요.
한경DB

한경DB

새 일왕 즉위 등을 계기로 4월말~5월초에 장기 연휴에 들어간 까닭에 일본의 올 1분기 GDP증가율 발표는 다른 나라들보다 늦은 이달 20일에 나옵니다. 정부의 잠정치 발표를 앞두고 일본의 주요 민간 연구기관들은 일본이 올 1분기에 사실상 ‘제로(0) 성장’을 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한국보다는 상황이 아주 조금 좋아 보입니다만, 객관적으로는 결코 ‘좋다’고 말하긴 힘든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지적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5개 민간 경제연구기관 예측을 종합한 결과, 올 1분기(1~3월) 일본의 전분기 대비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연율 환산 평균치가 0.0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간신히 면한 채 ‘제자리걸음’을 했던 것으로 본 것입니다. 올 1분기 중국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수출 감소가 이어졌고, 이것이 다시 국내 설비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입니다.

수출이 전분기 대비 평균 1.5%감소하고, 설비투자가 1.8%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일본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의 예측입니다. 마쓰무라 히데키 일본종합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경제 둔화로 수출이 감소했고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연기하는 움직임이 표면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일본 경제를 지탱해 왔던 개인 소비에도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시각입니다. 일본의 개인 소비는 올 1분기에 0.09%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예년 보다 겨울 날씨가 따뜻했던 까닭에 겨울의류와 난방관련 수요가 주춤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3월부터 주요 식품 가격이 인상되면서 소비심리가 악화됐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1분기에는 ‘제로 성장’의 가능성이 높지만 2분기에는 실질GDP증가율이 연율 환산으로 1.1%상승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5월 새 일왕 즉위로 소비 심리가 개선된 점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입니다. 10월로 예정된 일본의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2분기에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늘 것이란 예상도 2분기 성장률 회복을 뒷받침하는 근거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올 1분기 미국의 GDP증가율 잠정치가 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 3.2%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의 예상치(2.5%)를 훌쩍 웃도는 성적표를 거뒀던 것입니다. 올 1분기 중국의 GDP증가율도 연율 환산 6.4%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이미 경제가 오래 전부터 성숙단계에 접어든 까닭에 저성장 기조가 정착됐던 미국은 엄청난 활력을 새로 보여줬고, 중국도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 고성장 기조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입니다. 반면 한국은 1분기에 GDP증가율이 -0.3%로 곤두박질치며 우려를 키웠습니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에도 1분기와 3분기에 폭설과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내수 소비가 늘면서 경기가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갔고, 지난해 전체로는 GDP증가율이 0.8%를 기록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여전히 경제 규모도 적잖은 차이가 납니다. 뿐만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은 기간도 일본은 30년 가까이 되지만 한국은 지난해서야 처음으로 3만달러를 웃도는 등 경제성과의 ‘축적’측면에서도 격차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겪다가 최근 5~6년간에서야 반등을 하는 모습이고, 한국은 오랫동안 고속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의 대표주자 역할을 해 왔다는 점도 차이점입니다. 단순히 GDP증가율 수치만 가지고 양국을 비교해 ‘누가 잘했냐’를 따지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산업구조도 비슷하고, 수출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도 있어 양국의 경제성과를 비교하는 것은 자국의 경제를 되돌아보는 역할도 적지 않습니다. 이것이 한국인들이 일본의 경제 성적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일 것입니다. 일본이 대외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 어떤 결과를 거뒀을지, 그 성적표에서 한국은 무엇을 배우고 되돌아 볼 수 있을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