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8일 핵 개발활동 일부 재개 의사를 발표하면서 페르시아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상 징후를 사전 감지한 미국은 지난 3일 중동 해역에 항공모함을 급파한 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이라크로 보내 중동 동맹국들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오른쪽)이 7일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해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협정(JCPOA) 탈퇴 1주년을 맞아 핵개발 활동 일부를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대(對)이란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과 국제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이란 핵협정이 파기될 위험에 처하면서 이란 핵을 둘러싼 긴장이 재차 높아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중동에 항공모함을 급파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이라크로 보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이란 외무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이란은 핵협정에서 약속했던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무부는 자국에 주재하는 핵협정 서명국(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대사들에게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늘이 핵협정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이번 발표가 이란의 핵협정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이란은 핵협정으로 동결된 원심분리기 생산을 부분적으로 재개하고, 한도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하기로 했다. 핵협정을 적용받은 이란은 그동안 우라늄을 경수로 연료용으로 쓰이는 농도인 3.67%까지만 농축했다. 또 2030년까지 보유량도 최대 300㎏으로 제한받았다.미국의 제재 복원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이란이 핵개발 재개를 통해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해 대이란 경제 제재를 다시 가동한 데 이어 지난 3일 핵협정에서 허용된 이란의 핵 활동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5일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 이란의 위협 증대를 이유로 중동에 항공모함과 폭격기 기동부대를 파견했다.이란의 이번 대응은 미국의 압박을 이유로 이란과 단교하고 있는 유럽을 겨냥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유럽은 이란에 한 경제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유럽이 60일 안에 이란과 협상해 핵협정에서 약속한 금융과 원유 거래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우라늄을 더 높은 농도로 농축하겠다”고 압박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정한 60일은 핵협정에서 정한 이의 제기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핵협정에는 상대 국가가 협정 내용을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이의를 제기하고 최종 결론을 내는 절차가 담겨 있다.이란 핵협정이 완전히 파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CNN은 “부분적일지라도 이란이 핵개발을 재개하게 된다면 핵협정이 사문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중동에서의 핵 위기 국면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CNN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라크를 포함한 지역에서 이란의 군대가 미군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는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이란의 이번 발표가 미국의 제재를 약화시키기 위한 ‘거짓 엄포’라는 관측도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핵개발 재개 발표는 블러핑(bluffing·허풍)”이라며 “이란은 이번 발표로 유럽 국가들이 미국 제재를 핑계로 자신들과 단교하고 있는 상황을 바꿔보려 하고 있다”고 했다.미국은 강경 대응 방침으로 맞서고 있다.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 페르시아만에 급파한 데 이어 당초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던 폼페이오 장관을 급히 이라크로 보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아델 압델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회담한 뒤 “중동의 위협이 이란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동맹국들과 미국의 관계는 여전히 굳건하다”고 말했다.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러 외무부 소식통…"베네수엘라 사태, 북핵 문제, 시리아 등 논의 전망"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수장이 오는 14일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타스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은 이날 통신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이 14일 소치에서 열릴 예정"이라면서 "양측이 (북극이사회 각료회의가 열린) 핀란드 회동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전했다.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뒤이어 타스 통신에 "라브로프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간 소치 회담이 준비되고 있다"고 확인했다.로이터통신도 두 장관이 소치에서 만나 베네수엘라의 정정 불안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이와 함께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핵무기 통제에 대한 양국의 이견 및 스파이 혐의로 러시아에 억류된 전직 미군 해병 폴 윌런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미) 외교 수장 간 회담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할 가능성도 있다"고 소개했다./연합뉴스
'핵합의 유지' 유럽 측 비협조…"핵활동 재개" 선언 전망지난해 5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JCPOA)를 탈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지 1년 만에 이란도 철수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7일(현지시간) 이란 현지 언론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과 같은 날짜인 8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핵합의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이와 관련, 이란 ISNA통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로하니 대통령의 대응은 핵합의 26조와 36조의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이들 조항은 이란을 비롯한 핵합의 서명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상대방이 핵합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고 최종 결론을 내는 절차를 담았다.이란은 미국처럼 일방적인 선언으로 핵합의를 탈퇴하지 않고 정해진 절차를 밟아 절차적,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핵합의의 기본 골격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감축·동결하는 조건으로 미국, 유럽연합(EU), 유엔의 제재를 해제하는 '행동대 행동' 원칙으로 짜였다.따라서 이란이 핵합의에서 정한 한도를 벗어나 핵프로그램을 가동하거나, 서방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 핵합의 위반이 된다.미국이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데다 3일에는 핵합의에서 허용한 이란의 핵활동을 지원하는 외국의 행위조차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이란으로서는 핵합의의 이의 제기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형식적, 실질적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이란 언론에서는 또 이란 정부가 핵합의에서 동결한 원심분리기 생산 등 핵활동을 일부 재개하고, 한도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시작해 국제 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이란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뒤 이를 유지하겠다고 이란에 굳게 약속한 유럽 핵합의 서명국(영,프,독)과 유럽연합(EU)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2년여간 분기별 보고서에서 한 번도 빠짐 없이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확인했음에도 이란은 이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거의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유럽 서명국과 EU는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란과 유럽 기업이 교역할 수 있는 금융전담회사를 올해 1월 설립했지만 넉달간 공전 상태다.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유럽의 미온적인 태도가 더해져 이란에서는 핵합의뿐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해야 한다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로하니 정부는 2015년 서방과 핵협상을 역사적으로 타결했지만 결국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외교적 해법이 요원한 상황에서 고조하는 국내 비판 여론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