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경제성장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
유럽 경제 '비틀'…獨 올 성장률 전망 0.5%로 반토막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1.9%에서 1.3%로 내린 데 이어 석 달 만에 다시 0.1%포인트 낮춘 것이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를 0.5%로 종전보다 절반 이상 낮춰 잡았다.

EU는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이유로 △미·중 갈등으로 세계 교역 여건 악화 △중국 등 신흥시장 약세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이 EU 탈퇴)’ 등을 꼽았다. 유로존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9%였다.

세계 4위이자 유로존 1위 경제국인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1.1%에서 0.5%로 떨어졌다. 유로존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EU는 “자동차 등 제조업 수출 부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며 “독일의 성장 회복이 예상보다 느릴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47%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확산된 보호무역주의에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수출국인 EU와 중국 경기가 하강하자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고전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기업 BMW는 이날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7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수출 증가율은 2017년 4.6%에서 지난해 2%로 반토막 났고, 올해는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산업경기 지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3월 제조업 수주는 예상치(1.6%)를 크게 밑돈 0.6% 증가에 그쳤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을 보여주고 있다.

EU는 이날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0.2%에서 0.1%로 내렸다. EU 집행위는 이탈리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연정이 재정지출 축소를 거부하면서 올해 공공부채가 GDP의 133.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EU가 정한 공공부채 상한선인 ‘GDP의 60%’를 두 배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탈리아는 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다음으로 공공부채 비율이 높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